"수출입 데이터 뜯어보며 '숨은 진주' 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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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라이징 스타 (3) 이민규 빌리언폴드운용 매니저
지난 9개월간 수익률 6%
헤지펀드 업계 단타 중심이지만 장기 투자 종목 발굴에도 힘써
수많은 데이터 수집해 투자 참고 해외 기업 콘퍼런스콜 꼭 챙겨봐
국내 항공株, 해외보다 저평가…장거리 여행 수요도 대폭 확대
지난 9개월간 수익률 6%
헤지펀드 업계 단타 중심이지만 장기 투자 종목 발굴에도 힘써
수많은 데이터 수집해 투자 참고 해외 기업 콘퍼런스콜 꼭 챙겨봐
국내 항공株, 해외보다 저평가…장거리 여행 수요도 대폭 확대
요즘 헤지펀드(전문사모)업계에선 시장상황에 맞춰 주식을 자주 매매하는 운용 스타일이 ‘대세’다. 과거 공모펀드 시장 황금기를 이끌었던 가치주 매니저들은 기업분석을 통해 저평가된 종목을 매입하고, 한 번 매입한 주식은 오래 보유했다. 매매회전율을 낮게 유지하는 게 펀드매니저의 미덕으로 꼽혔다.
최근 헤지펀드 시장을 이끄는 매니저들은 다르다. 매년 두 배 가까이 빠르게 성장하는 이 시장에서 주목받는 운용사들은 주식 시장이나 종목을 ‘예측’이 아니라 ‘대응’할 대상으로 본다. 어제 좋게 봤던 기업도 내일 시장상황이 변하면 과감히 매도하며 유연하게 포트폴리오를 바꾼다. 이렇다 보니 운용사 연간 매매회전율이 3000%를 웃도는 사례도 많다.
이민규 빌리언폴드자산운용 매니저(34·사진)는 두 가지 운용 스타일을 고루 습득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정립한 운용역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고려대 주식투자동아리 큐빅(KUVIC) 출신인 그는 국내 대표적인 가치투자 운용사로 꼽히는 VIP투자자문(현 VIP자산운용)에서 4년간 리서치 업무를 담당했다. 대학 때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가 쓴 《한국형 가치투자 전략》을 읽고 감명받아 직접 회사를 찾아가 입사하게 됐다고 했다. 이후 헤지펀드업계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운용을 시작했다. 라임자산운용 마이퍼스트에셋자산운용 등을 거쳐 지난해 빌리언폴드에 합류했다.
이 매니저는 “기업분석과 탐방으로 저평가된 종목을 발굴하는 ‘보텀업(bottom-up)’ 리서치에서 주로 장기투자 아이디어를 얻는다”며 “거시경제 이벤트, 기업 실적발표, 수급 등을 고려해 시장 단기 대응도 병행한다”고 설명했다. 연 매매회전율은 800~900%로 다른 헤지펀드 운용역보다 낮은 편이다. 증시 변동성이 컸던 지난해에도 빌리언폴드에 합류한 4월 이후 9개월 동안 5.9%의 수익을 냈다.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16개 증권사 애널리스트 303명을 대상으로 한 ‘2018 베스트 펀드매니저’ 설문조사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배경이다.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게 이 매니저가 주로 투자 아이디어를 얻는 방식이다. 여러 자료 중에서도 월별, 분기별 수출입 데이터는 꼭 챙긴다. 이 매니저는 “수출입 데이터는 기업 실적을 예상할 수 있는 선행자료”라며 “업종뿐 아니라 세부 품목과 수출입 대상 지역까지 세세히 나와 있기 때문에 실적이 개선될 만한 종목을 골라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중국으로의 분유 수출물량이 빠르게 늘면 매일유업을, 라면 수출 데이터에선 삼양식품 투자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식이다. 중국에 수출되는 보톡스 데이터 변동을 참고해 국내 보톡스 업체들을 단기적으로 매수하거나 공매도하기도 한다.
해외 기업 실적 콘퍼런스콜 영상도 챙겨보는 자료 가운데 하나다. 최근 에스티로더 콘퍼런스콜에서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보따리상(따이궁)의 영향으로 실적이 개선되는 추세”라는 내용이 언급되는 것을 보고 글로벌 화장품 업종 내 롱쇼트 페어트레이딩 전략을 세운 게 대표적이다. 페어트레이딩 전략은 주가가 비슷하게 움직이는 기업 가운데 저평가된 종목은 사고, 고평가된 종목은 공매도하는 투자 방식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면 통상 국내 화장품 업종을 매수하지만 이 매니저는 반대로 움직였다. 그는 “중국 소비자들의 소득수준이 올라가면서 유럽 북미 일본 화장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한국을 방문하는 따이궁들도 해외 화장품을 더 많이 사가는 추세라면 국내 화장품 업종이 과열됐을 때 팔고, 해외 화장품 업종을 매수하는 전략이 먹힐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매니저가 눈여겨보는 업종은 항공주다. 해외 항공사에 비해 크게 저평가돼 있는 데다 장기 여행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이 매니저는 “국내 항공사들은 일본항공(JAL), 전일본공수(ANA)와 비교해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5%가량 적은데 시가총액은 70%가량 벌어져 있다”며 “각국 시장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국내 항공사들이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저가항공을 중심으로 형성된 단거리 여행 수요가 앞으로는 장거리 여행 수요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퍼스트·비즈니스 클래스 등 수익성이 높은 좌석 탑승률이 올라가면서 마진율이 개선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최근 헤지펀드 시장을 이끄는 매니저들은 다르다. 매년 두 배 가까이 빠르게 성장하는 이 시장에서 주목받는 운용사들은 주식 시장이나 종목을 ‘예측’이 아니라 ‘대응’할 대상으로 본다. 어제 좋게 봤던 기업도 내일 시장상황이 변하면 과감히 매도하며 유연하게 포트폴리오를 바꾼다. 이렇다 보니 운용사 연간 매매회전율이 3000%를 웃도는 사례도 많다.
이민규 빌리언폴드자산운용 매니저(34·사진)는 두 가지 운용 스타일을 고루 습득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정립한 운용역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고려대 주식투자동아리 큐빅(KUVIC) 출신인 그는 국내 대표적인 가치투자 운용사로 꼽히는 VIP투자자문(현 VIP자산운용)에서 4년간 리서치 업무를 담당했다. 대학 때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가 쓴 《한국형 가치투자 전략》을 읽고 감명받아 직접 회사를 찾아가 입사하게 됐다고 했다. 이후 헤지펀드업계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운용을 시작했다. 라임자산운용 마이퍼스트에셋자산운용 등을 거쳐 지난해 빌리언폴드에 합류했다.
이 매니저는 “기업분석과 탐방으로 저평가된 종목을 발굴하는 ‘보텀업(bottom-up)’ 리서치에서 주로 장기투자 아이디어를 얻는다”며 “거시경제 이벤트, 기업 실적발표, 수급 등을 고려해 시장 단기 대응도 병행한다”고 설명했다. 연 매매회전율은 800~900%로 다른 헤지펀드 운용역보다 낮은 편이다. 증시 변동성이 컸던 지난해에도 빌리언폴드에 합류한 4월 이후 9개월 동안 5.9%의 수익을 냈다.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16개 증권사 애널리스트 303명을 대상으로 한 ‘2018 베스트 펀드매니저’ 설문조사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배경이다.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게 이 매니저가 주로 투자 아이디어를 얻는 방식이다. 여러 자료 중에서도 월별, 분기별 수출입 데이터는 꼭 챙긴다. 이 매니저는 “수출입 데이터는 기업 실적을 예상할 수 있는 선행자료”라며 “업종뿐 아니라 세부 품목과 수출입 대상 지역까지 세세히 나와 있기 때문에 실적이 개선될 만한 종목을 골라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중국으로의 분유 수출물량이 빠르게 늘면 매일유업을, 라면 수출 데이터에선 삼양식품 투자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식이다. 중국에 수출되는 보톡스 데이터 변동을 참고해 국내 보톡스 업체들을 단기적으로 매수하거나 공매도하기도 한다.
해외 기업 실적 콘퍼런스콜 영상도 챙겨보는 자료 가운데 하나다. 최근 에스티로더 콘퍼런스콜에서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보따리상(따이궁)의 영향으로 실적이 개선되는 추세”라는 내용이 언급되는 것을 보고 글로벌 화장품 업종 내 롱쇼트 페어트레이딩 전략을 세운 게 대표적이다. 페어트레이딩 전략은 주가가 비슷하게 움직이는 기업 가운데 저평가된 종목은 사고, 고평가된 종목은 공매도하는 투자 방식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면 통상 국내 화장품 업종을 매수하지만 이 매니저는 반대로 움직였다. 그는 “중국 소비자들의 소득수준이 올라가면서 유럽 북미 일본 화장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한국을 방문하는 따이궁들도 해외 화장품을 더 많이 사가는 추세라면 국내 화장품 업종이 과열됐을 때 팔고, 해외 화장품 업종을 매수하는 전략이 먹힐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매니저가 눈여겨보는 업종은 항공주다. 해외 항공사에 비해 크게 저평가돼 있는 데다 장기 여행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이 매니저는 “국내 항공사들은 일본항공(JAL), 전일본공수(ANA)와 비교해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5%가량 적은데 시가총액은 70%가량 벌어져 있다”며 “각국 시장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국내 항공사들이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저가항공을 중심으로 형성된 단거리 여행 수요가 앞으로는 장거리 여행 수요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퍼스트·비즈니스 클래스 등 수익성이 높은 좌석 탑승률이 올라가면서 마진율이 개선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