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3위 경제국인 이탈리아는 올해 성장률이 0%대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재정적자 폭을 확대해서라도 1%대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자신하지만 시장 전망은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포퓰리즘이 발목 잡은 이탈리아…0%대 성장 우려 커져
최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올해 이탈리아의 성장률을 0.2%로 전망했다. 지난해 11월 전망치(1.2%)에서 1%포인트나 깎아 내렸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탈리아의 성장률이 0.6%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보고서를 통해 “이탈리아 정부가 추진 중인 퇴직연령을 낮추는 연금 개혁, 기본소득 도입 등은 잠재성장률을 낮추고 재정지출만 늘릴 뿐”이라고 경고했다.

이탈리아 경제는 이미 지난해 3분기와 4분기에 연속으로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진작부터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진단까지 나오고 있다. 분기 성장률이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나타낸 것은 유럽 재정위기가 닥친 2011~2013년 이후 5년여 만이다.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이탈리아는 위험 그 자체”라며 “그리스에 이어 두 번째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탈리아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이탈리아의 GDP는 전 분기 대비 0.2% 감소했다. 이탈리아는 작년 3분기에도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1%를 기록하면서 4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섰다. 경제 전문가들은 GDP 증가율이 두 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기술적 침체에 진입했다고 본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도 1.0%에 그쳐 2017년(1.6%)보다 둔화했다.

이탈리아는 심각한 내수 부진에 빠져 있다. 여기다 지난해 6월 집권한 신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이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우파 연합과 오성운동의 연정 체제인 현 정부가 정부 지출을 크게 늘린 예산을 짜면서 재정 건전성을 우려하는 EU 집행위와 정면 충돌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더 많은 사회보장수당을 제공하고 연금수령 연령을 낮추는 정책을 통해 소비를 촉진하고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U는 재정 건전성이 나빠져 경제 불안을 키울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부채비율은 이미 GDP 대비 130% 이상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법인세 인상, 투자 축소 등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고 국유 부동산을 매각해 공공부채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시장의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게다가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해 말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종료하면서 채권 등 자산 매입을 중단하자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이는 주택담보대출, 기업대출 등 경제 전반에서 차입 비용을 높이고 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경기 침체 가능성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일시적인 것으로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이탈리아 경제는 전임 정부 때인 2017년 초부터 악화됐으며 최근 부진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둔화가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