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韓 부동산 양대 난제…'거래절벽'과 '시카고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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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서울 강남 집값이 잡혔다고 난리다. 현 정부 출범 이후 10차례에 걸친 직·간접 대책에도 효과가 미약하자 거센 비판과 책임론에 시달렸던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관련 정책부서가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마냥 마음 놓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너무 빨리 후유증이 나타나고 앞으로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집값이 잡히자마자 ‘순간 폭락(flash crash)’이 우려될 정도로 빨리 떨어지고 있는 점이다. 순간 폭락이란 집값, 주가와 같은 가격 변수가 단기간에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강남 핵심 지역의 아파트 가격(30평형대 기준)은 최고치를 기록했던 작년 9월에 비해 3억∼5억원 정도 급락했다.
투기와 거품에 노출된 집값은 잡아야 하지만 일단 집값이 올라갔으면 경기에 미칠 악영향, 즉 역(逆)자산 효과 등을 고려해 ‘연착륙’시켜야 한다. 케이스실러 지수로 잘 알려진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가 “집값 대책은 경기와 국민 생활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선제성(preemptive)이 생명”이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역자산 효과는 소비 이론에서 ‘항상소득가설(밀턴 프리드먼)’과 ‘생애주기가설(프랑코 모딜리아니)’에 근거를 두고 있다. 특정 가구는 생애에 걸쳐 소비 흐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성향이 있어 소비지출은 현재 소득과 미래에 기대되는 소득뿐만 아니라 보유자산 가치에 의해 결정된다. 한국은 생애 소득에서 환금성이 좋은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소비 성향이 높은 하위 계층일수록 높아 역자산 효과가 크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주택가격 변화의 소비지출 탄력성은 0.1∼0.15다. 하지만 한국 아파트 가격 변화에 따른 소비지출 변화 탄력성은 0.23으로 미국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온다. 아파트값이 상승할 때의 ‘자산 효과’보다 떨어질 때의 ‘역자산 효과’가 큰 비대칭성이 존재하는 점도 우리 정책당국자가 부동산 대책을 추진할 때 반드시 감안해야 할 변수다.
더 우려되는 것은 ‘절벽(cliff)’에 다다를 정도로 거래량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점이다. 올 들어 서울 강남 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1년 전에 비해 무려 80%나 급감했다. 거래가 한 건도 없었던 지방도 많다. 거래 절벽은 세계 공통적인 현상이지만 미국의 거래 감소율 15%, 일본 40%, 심지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국의 50%보다 높은 수준이다.
거래 절벽이 나타날 경우 크게 두 가지 점이 우려된다. 하나는 앞으로 집값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거래대금이 큰 주택은 거래량이 확실한 선행지표이기 때문이다. 교차상관계수, 마코프-스위치 모델, 카오스 이론 등으로 거래량의 선행성을 추정해보면 한국 주택시장은 6개월 정도로 나온다.
날로 악화되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집값 잡기 대책을 잠시 접고 오히려 활성화해야 한다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우리처럼 역자산 효과가 큰 정책 여건에서는 재정지출, 금리 인하, 유동성 공급 등 다른 수단을 동원해 경기를 부양한다고 하더라도 그 효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시카고 공포’에 대한 우려다. 시카고 공포란 도시 발전의 원동력이자 상징이었던 제조업이 쇠락하면서 빈집이 늘어나고 각종 범죄가 급증하면서 시카고가 유령 도시로 변한 현상을 의미한다. 우리의 경우 빈집이 공식적으로는 150만 가구, 실질적으로는 200만 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는 강남 지역도 빈집이 늘어나고 있다.
시카고 공포는 전형적인 ‘외부불경제(external diseconomy)’에 해당한다. 외부불경제란 미세먼지와 환경오염처럼 ‘사적 비용’보다 ‘사회적 비용’이 커 시장에 맡겨두면 효율적인 자원 배분에 실패하는 경우를 말한다. 집값을 급하게 잡다 보면 그 후유증 처리도 정부가 개입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국민의 세금이 더 들어가는 악순환 국면에 빠진다.
따져봐야 할 것은 ‘일본형 복합불황’이 나타날 가능성이다. 1990년대 들어 일본 경제는 실물경기가 침체되는 상황에서 집값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린 것이 ‘잃어버린 20년’을 낳았다. 우리도 작년 4월 이후 경기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같은 해 11월 집값 등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린 것이 경기를 더 침체시키고 있다. 프레임 시각에서 ‘위기를 조장하는 비관론’으로 무시할 사항이 아니다. 선제적인 정책 배려가 있어야 한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집값이 잡히자마자 ‘순간 폭락(flash crash)’이 우려될 정도로 빨리 떨어지고 있는 점이다. 순간 폭락이란 집값, 주가와 같은 가격 변수가 단기간에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강남 핵심 지역의 아파트 가격(30평형대 기준)은 최고치를 기록했던 작년 9월에 비해 3억∼5억원 정도 급락했다.
투기와 거품에 노출된 집값은 잡아야 하지만 일단 집값이 올라갔으면 경기에 미칠 악영향, 즉 역(逆)자산 효과 등을 고려해 ‘연착륙’시켜야 한다. 케이스실러 지수로 잘 알려진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가 “집값 대책은 경기와 국민 생활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선제성(preemptive)이 생명”이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역자산 효과는 소비 이론에서 ‘항상소득가설(밀턴 프리드먼)’과 ‘생애주기가설(프랑코 모딜리아니)’에 근거를 두고 있다. 특정 가구는 생애에 걸쳐 소비 흐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성향이 있어 소비지출은 현재 소득과 미래에 기대되는 소득뿐만 아니라 보유자산 가치에 의해 결정된다. 한국은 생애 소득에서 환금성이 좋은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소비 성향이 높은 하위 계층일수록 높아 역자산 효과가 크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주택가격 변화의 소비지출 탄력성은 0.1∼0.15다. 하지만 한국 아파트 가격 변화에 따른 소비지출 변화 탄력성은 0.23으로 미국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온다. 아파트값이 상승할 때의 ‘자산 효과’보다 떨어질 때의 ‘역자산 효과’가 큰 비대칭성이 존재하는 점도 우리 정책당국자가 부동산 대책을 추진할 때 반드시 감안해야 할 변수다.
더 우려되는 것은 ‘절벽(cliff)’에 다다를 정도로 거래량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점이다. 올 들어 서울 강남 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1년 전에 비해 무려 80%나 급감했다. 거래가 한 건도 없었던 지방도 많다. 거래 절벽은 세계 공통적인 현상이지만 미국의 거래 감소율 15%, 일본 40%, 심지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국의 50%보다 높은 수준이다.
거래 절벽이 나타날 경우 크게 두 가지 점이 우려된다. 하나는 앞으로 집값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거래대금이 큰 주택은 거래량이 확실한 선행지표이기 때문이다. 교차상관계수, 마코프-스위치 모델, 카오스 이론 등으로 거래량의 선행성을 추정해보면 한국 주택시장은 6개월 정도로 나온다.
날로 악화되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집값 잡기 대책을 잠시 접고 오히려 활성화해야 한다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우리처럼 역자산 효과가 큰 정책 여건에서는 재정지출, 금리 인하, 유동성 공급 등 다른 수단을 동원해 경기를 부양한다고 하더라도 그 효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시카고 공포’에 대한 우려다. 시카고 공포란 도시 발전의 원동력이자 상징이었던 제조업이 쇠락하면서 빈집이 늘어나고 각종 범죄가 급증하면서 시카고가 유령 도시로 변한 현상을 의미한다. 우리의 경우 빈집이 공식적으로는 150만 가구, 실질적으로는 200만 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는 강남 지역도 빈집이 늘어나고 있다.
시카고 공포는 전형적인 ‘외부불경제(external diseconomy)’에 해당한다. 외부불경제란 미세먼지와 환경오염처럼 ‘사적 비용’보다 ‘사회적 비용’이 커 시장에 맡겨두면 효율적인 자원 배분에 실패하는 경우를 말한다. 집값을 급하게 잡다 보면 그 후유증 처리도 정부가 개입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국민의 세금이 더 들어가는 악순환 국면에 빠진다.
따져봐야 할 것은 ‘일본형 복합불황’이 나타날 가능성이다. 1990년대 들어 일본 경제는 실물경기가 침체되는 상황에서 집값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린 것이 ‘잃어버린 20년’을 낳았다. 우리도 작년 4월 이후 경기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같은 해 11월 집값 등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린 것이 경기를 더 침체시키고 있다. 프레임 시각에서 ‘위기를 조장하는 비관론’으로 무시할 사항이 아니다. 선제적인 정책 배려가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