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韓 부동산 양대 난제…'거래절벽'과 '시카고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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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韓 부동산 양대 난제…'거래절벽'과 '시카고 공포'](https://img.hankyung.com/photo/201902/AA.18893770.1.jpg)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집값이 잡히자마자 ‘순간 폭락(flash crash)’이 우려될 정도로 빨리 떨어지고 있는 점이다. 순간 폭락이란 집값, 주가와 같은 가격 변수가 단기간에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강남 핵심 지역의 아파트 가격(30평형대 기준)은 최고치를 기록했던 작년 9월에 비해 3억∼5억원 정도 급락했다.
![[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韓 부동산 양대 난제…'거래절벽'과 '시카고 공포'](https://img.hankyung.com/photo/201902/AA.18893771.1.jpg)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주택가격 변화의 소비지출 탄력성은 0.1∼0.15다. 하지만 한국 아파트 가격 변화에 따른 소비지출 변화 탄력성은 0.23으로 미국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온다. 아파트값이 상승할 때의 ‘자산 효과’보다 떨어질 때의 ‘역자산 효과’가 큰 비대칭성이 존재하는 점도 우리 정책당국자가 부동산 대책을 추진할 때 반드시 감안해야 할 변수다.
거래 절벽이 나타날 경우 크게 두 가지 점이 우려된다. 하나는 앞으로 집값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거래대금이 큰 주택은 거래량이 확실한 선행지표이기 때문이다. 교차상관계수, 마코프-스위치 모델, 카오스 이론 등으로 거래량의 선행성을 추정해보면 한국 주택시장은 6개월 정도로 나온다.
날로 악화되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집값 잡기 대책을 잠시 접고 오히려 활성화해야 한다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우리처럼 역자산 효과가 큰 정책 여건에서는 재정지출, 금리 인하, 유동성 공급 등 다른 수단을 동원해 경기를 부양한다고 하더라도 그 효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카고 공포는 전형적인 ‘외부불경제(external diseconomy)’에 해당한다. 외부불경제란 미세먼지와 환경오염처럼 ‘사적 비용’보다 ‘사회적 비용’이 커 시장에 맡겨두면 효율적인 자원 배분에 실패하는 경우를 말한다. 집값을 급하게 잡다 보면 그 후유증 처리도 정부가 개입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국민의 세금이 더 들어가는 악순환 국면에 빠진다.
따져봐야 할 것은 ‘일본형 복합불황’이 나타날 가능성이다. 1990년대 들어 일본 경제는 실물경기가 침체되는 상황에서 집값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린 것이 ‘잃어버린 20년’을 낳았다. 우리도 작년 4월 이후 경기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같은 해 11월 집값 등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린 것이 경기를 더 침체시키고 있다. 프레임 시각에서 ‘위기를 조장하는 비관론’으로 무시할 사항이 아니다. 선제적인 정책 배려가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