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당권 출마를 선언한 안상수 의원(왼쪽부터), 오세훈 전 서울시장, 주호영, 심재철, 정우택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긴급 회동을 한 뒤 공동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는 전화로 의견을 같이한다고 밝혀 공동입장문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당권 출마를 선언한 안상수 의원(왼쪽부터), 오세훈 전 서울시장, 주호영, 심재철, 정우택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긴급 회동을 한 뒤 공동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는 전화로 의견을 같이한다고 밝혀 공동입장문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가 당대표 후보자 등록(12일)을 코앞에 두고 ‘시계(視界) 제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김진태 의원을 제외한 당권 주자 6명은 10일 “전대를 연기하지 않으면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며 ‘보이콧(거부)’ 의사를 재확인했다.

여기에 황 전 총리에게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정치’를 둘러싼 당내 논란, 베트남 하노이로 장소가 결정된 2차 북·미 정상회담 기대에 대한 여론까지 더해져 전대 국면이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보이콧 대오’ 깨질 가능성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심재철·주호영·정우택·안상수 의원 등 한국당 당권 주자 5명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만난 뒤 공동입장문을 내고 “(일정 연기로) 전대 장소를 새로 구하기 힘들면 여의도공원 등 야외에서 열어도 무방하다”며 “전대가 2주일 이상 연기돼야 후보 등록을 할 것이란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날 회동에 불참한 홍준표 전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는 전대 후보 5명과 함께 보이콧에 동참하겠다고 했고, 그 이유도 이미 설명했다”고 했다.

이들 6명의 주자가 보이콧 방침을 철회하지 않으면 이번 전대는 황 전 총리와 김 의원 두 사람만 당대표에 출마하는 ‘반쪽짜리’ 행사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한국당의 한 중진 의원은 “전대가 흥행하기는커녕 주요 주자들의 불출마로 파행을 겪는다면 차기 당대표 1순위로 꼽히는 황 전 총리도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황 전 총리가 전대 연기를 받아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자료를 내고 ‘전대 시기 변경은 불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선관위는 다만 6명의 주자가 요구해 온 ‘TV 토론 6회로 확대’ 방안(종전 2회 개최)은 수용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19일 예비 경선(컷오프) 전 두 차례, 컷오프 후 네 차례 TV 토론을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치권 관계자는 “6명 주자의 요구 가운데 적어도 한 가지는 수용된 만큼 보이콧 대오가 유지될 가능성은 줄었다”며 “후보 등록일까지 출마로 돌아서는 주자가 나오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 옥중 정치로 판 흔드나

박 전 대통령이 측근을 통해 당내 친박(친박근혜)계 의원 상당수의 지지를 받고 있는 황 전 총리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면서 ‘박심(朴心)’이 이번 전대의 최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을 유일하게 접견하고 있는 유영하 변호사는 최근 수차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황 전 총리에게 서운함을 느낀다’는 박 전 대통령의 의중을 전했다. 이를 계기로 홍 전 대표가 황 전 총리를 “배박(배신한 친박)”이라고 공격하는 등 경쟁 후보들의 공세 강도도 거세지고 있다.

황교안 전 총리가 9일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전 총리가 9일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황 전 총리는 지난 9일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은 자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 어려움을 당한 것을 보고 최대한 잘 도와드리고자 했다”며 대통령 권한대행 당시 특검 기간 연장을 불허한 것을 사례로 들었다. 한국당 관계자는 “홍문종 의원 등 일부 친박 인사가 황 전 총리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며 “박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가 계속 나올 경우 황 전 총리 우위의 판세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2차 북·미 회담 장소가 베트남 하노이로 잡히고 양측의 실무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회담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도 변수다. 정치권 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 분위기가 달아오를수록 전대를 미뤄야 한다는 주자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