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가 조선용 후판 가격 인상을 놓고 조선업계와 줄다리기하고 있다. 조선용 후판 가격이 건축용 등 일반 유통용 후판보다 낮아 손해를 보면서 팔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부터 선박 수주가 늘어나는 등 조선업황이 개선되고 있는 점도 가격 인상에 나선 배경이다. 이에 대해 원가 절감을 올해 경영 목표로 내건 조선업계는 중국산 후판 수입 카드까지 꺼내며 맞불을 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 3사는 올 상반기 후판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철강사들은 t당 5만원가량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는 동결로 맞서고 있어 지난해 12월 시작한 협상은 두 달째 진척이 없다.

후판은 배를 건조할 때 주로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을 말한다. 전체 선박 건조 비용의 약 20%를 차지한다. 조선업계와 철강업계는 반기(6개월)마다 회사별로 후판 가격 협상을 한다. 철강업계는 지난해 상·하반기에도 각각 3만~5만원 후판 가격을 인상했다.

철강업계 맏형 격인 포스코는 이미 조선용 후판 가격 인상을 공식화했다. 포스코는 지난달 30일 기업설명회에서 “그동안 손실을 보면서도 조선용 후판을 공급했다”며 “올해 조선업 시황이 나아지고 있는 만큼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07~2008년 조선업이 호황일 때 t당 100만원을 웃돈 후판 가격은 ‘수주 절벽’이 시작된 2015년부터 t당 50만원 선으로 반 토막 났다. 지난해부터 소폭 올랐지만 여전히 t당 60만원대 후반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광석과 원료탄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어 후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 조선업계 수주 실적이 7년 만에 세계 1위를 차지하는 등 실적 개선 조짐이 뚜렷한 만큼 후판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선업계는 지난해 두 차례나 조선용 후판 가격을 올린 데다 신조선가(새로 제작하는 배 가격) 상승폭이 원가 인상분을 따라가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맞서고 있다. 2017년 146억원 흑자를 기록한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736억원 적자를 냈다. 삼성중공업도 4093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내는 등 조선업계는 여전히 적자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조선 3사는 중국과 일본산 조선용 후판 수입을 늘리는 방안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 철강업계가 공급 과잉 여파로 가격 인하를 제안하고 있어 외국산 비중을 늘리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