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자상거래기업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무협소설가 진융(金庸·김용)의 광팬이다. 그가 2017년 설립한 글로벌 연구소 다모위안(達摩院·다모아카데미)은 진융의 소설에 나오는 소림사 최고 무술수련장 이름이다. 그는 150억달러(약 17조원)의 거액을 이곳에 쏟아부으며 2만5000여 명의 디지털 인재를 끌어모으고 있다. 미국 러시아 이스라엘 싱가포르에도 다모위안을 세울 계획이다.

중국 최대 검색엔진인 바이두도 정보기술(IT) 인재 10만 명 확보를 목표로 각국 전문가를 영입하고 있다. 인터넷기업 텐센트는 연봉 3배, 주택 제공을 내세우며 인재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도 ‘천인계획(千人計劃)’을 통해 해외 인재를 흡수하고 있다. 올해 인공지능(AI) 분야 박사 초임은 연 100만위안(약 1억6500만원)에 이른다.

미국은 실리콘밸리 기업을 중심으로 전문 인력을 싹쓸이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데이터 분석가 채용에 연봉 40만달러(약 4억5000만원)를 내걸었다.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이 설립한 연구기업 오픈AI는 학사 학위자에게도 첫해 연봉 30만달러(약 3억4000만원)를 제시했다. 구글은 중국 인재들을 유치하기 위해 베이징에 구글AI중국센터를 세우고 우수 인재 입도선매에 나섰다.

각국의 인재전쟁(talent war)은 냉전시대의 첩보전을 방불케 한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IT 전문가 수요는 100만 명이지만 현재 인력은 30만 명에도 못 미친다. 70만 명이나 부족하다. 고급 교육기관에서 배출되는 인재는 연간 2만여 명에 불과하다. 수요 대비 공급이 달리니 국경을 넘어선 쟁탈전이 벌어진다.

최근에는 일본도 가세했다. 평균 연봉 820만엔(약 8400만원)인 NTT데이터가 사물인터넷 전문가 채용에 연 3000만엔(약 3억원)을 내걸었다. 의류 판매 사이트 조조타운은 IT 최고 인재 연봉을 1억엔(약 10억원)까지 높였다. 일본의 AI·사물인터넷 인력은 내년에 4만8000명가량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도 내년까지 신규 소프트웨어 기술인력이 3만여 명 모자랄 것으로 예상된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수요가 5만7000여 명인 데 비해 공급은 2만6000명으로 45%에 불과하다. 국내 AI 인력은 현재 2600여 명으로, 중국(1만8000명)의 7분의 1이다. 그나마 고급 인재는 해외로 빠져나가고 해외 인재는 들어오지 않는 실정이다.

AI 인재가 없으면 4차 산업혁명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다. 도시국가인 싱가포르까지 ‘AI 싱가포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홍콩 또한 ‘천인 양성’에 착수했다. 마윈의 다모위안에서 AI 절대 무공을 익힌 무림고수들이 쏟아져 나올 시기도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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