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 "르노삼성 부산공장 임금 너무 낮다" vs 使 "르노의 세계 52개 공장 중 최상위권"
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가 이르면 12일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재개한다. 지난달 29일 13차 협상을 한 뒤 약 2주 만이다. 전망은 밝지 않다. 그 사이 프랑스 르노 본사 고위 임원(로스 모저스 르노그룹 제조총괄부회장)이 노조의 파업을 강력하게 경고했기 때문이다. 모저스 부회장은 “노조가 파업을 계속하면 로그(르노삼성이 수탁 생산하는 닛산 스포츠유틸리티차량) 후속 배정 협상을 진행할 수 없다”고 했다. 노조는 “본사의 협박”이라며 오히려 파업 강도를 높이겠다고 받아쳤다.

노사는 주요 쟁점에서 서로 정반대 주장을 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전문가들은 노사가 임금 수준 등 주요 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파행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로그 후속 모델 배정도 늦어질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 후속 모델이 끊겨 르노삼성 부산 공장 생산량이 반토막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로그 수탁 생산 계약은 오는 9월 끝난다.

(1) 기본급 월 130만원·연봉 7800만원?

르노삼성 노조는 기본급 10만667원을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자기계발비를 2만133원 인상하고, 특별격려금 300만원을 달라고 주장한다.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상’에 합의하지 않은 채 지난해 10월부터 약 넉 달간 28차례(104시간) 파업한 이유다. 최근 몇 년간 좋은 실적을 거둔 데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게 노조의 논리다.

회사는 기본급 동결을 제안했다. 대신 기본급 유지 보상금, 생산성 격려금 지급 등을 통해 최대 1400만원을 주겠다고 제시했다. 닛산 로그 후속 물량 배정 논의를 앞둔 시점인 만큼 생산성 향상에 주력해야 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노조는 부산 공장 직원의 임금 수준이 지나치게 낮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조 관계자는 “부산 공장 8년차 직원의 기본급이 13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했다.

회사 판단은 노조와 다르다. 다른 르노그룹 공장에 비해 부산 공장 직원들의 임금이 낮은 수준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르노그룹 내부 자료에 따르면 부산 공장 생산직의 2017년 평균임금은 7800만원이다. 로그 후속 물량을 놓고 경쟁하는 닛산의 일본 규슈 공장보다 20%가량 높다. 프랑스 내 르노그룹 공장 평균 임금도 웃돈다. 르노그룹은 최근 르노삼성에 “부산 공장의 평균 임금은 세계 52개 르노-닛산얼라이언스 공장 중 최상위권에 해당한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기본급에 각종 수당과 상여금 등을 더하면 임금 수준이 결코 낮지 않다”고 말했다.

(2) 노조 파업과 신차 배정 상관관계는

노조는 파업 및 임금 수준에 따라 로그 후속 물량 배정을 결정하겠다는 르노 본사의 방침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한다. 부산 공장의 생산성이 다른 공장에 앞서기 때문에 물량 배정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게 노조 얘기다. 노조 주장대로 르노삼성 부산 공장은 2017년 그룹에서 네 번째로 생산성이 높은 공장으로 뽑혔다.

르노 본사의 생각은 다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노조가 파업하기 전부터 본사는 부산 공장의 임금 수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자 본사의 시선이 싸늘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생산성만으로는 후속 물량 배정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르노그룹 새 수장인 장 도미니크 세나르 회장이 취임 첫 행보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한다. 최근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은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르노삼성 노조가 파업을 계속하면 부산 공장이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모저스 부회장은 르노삼성 임직원에게 보낸 영상 메시지를 통해 “경쟁력 확보는 부산 공장에서 지속가능한 수준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부산 공장의 경쟁력이 떨어지면 더 이상 고용 안정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3) 로그 후속 물량 배정받을 수 있을까

르노삼성이 로그 후속 물량으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아니라 세단이나 해치백을 배정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르노삼성이 SUV보다 인기가 떨어지는 세단이나 해치백을 수탁 생산해 수출하는 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세단이나 해치백이 로그 후속 물량으로 결정되면 부산 공장 가동률이 30%가량 낮아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로그 후속 물량을 배정받더라도 한동안 공장 가동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말부터 본사와 후속 모델 논의를 시작했어야 하지만, 노조가 파업을 시작하면서 일정이 수개월 늦어졌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이 로그 후속 물량을 받아내더라도 하반기 생산량 감소를 막기는 어렵다”며 “올해 내놓을 신차가 없어 내수시장 판매가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르노삼성의 올해 경영실적은 예상보다 좋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