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청와대 ‘윗선’지시로 현 부산시 경제부시장인 유재수 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 국장의 비리 의혹 조사가 무마됐고, 수사의뢰를 주장한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에 대한 인사 보복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또 청와대 윗선으로부터 드루킹 특검의 수사 상황을 알아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수사관은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 부시장의 휴대폰 분석을 통해 그가 K자산운용사가 420억원 상당의 펀드 운용사로 선정되도록 우정사업본부 등에 압력을 행사하는 등 3건의 비위행위가 확인됐다”며 “조사 결과를 반부패비서관에게 보고했고, 특감반장과 반부패비서관은 수사 의뢰해야 한다고 했는데 윗선 지시로 감찰이 중단됐다”고 주장했다. 또 “유 전 국장의 비위정보를 수집하고 조사했던 모 특감반원은 이로인해 오랫동안 음해성 투서를 받는 등 시련을 받았고, 급기야 지난해 6월께 저와 함께 원대복귀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도 덧붙였다. 정권 실세를 조사한 것에 대한 인사보복이 청와대 내부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유 전 국장은 수사의뢰는커녕 징계조차 받지 않았고, 이후 더불어민주당 전문위원과 부산시 부시장으로 순차적으로 영전했다고 김 전 수사관은 지적했다. 김 전 수사관은 지난달 29일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이 유 부시장이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부터 금융권 인사에 개입한 정황이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드러났다고 폭로한 내용도 사실이 맞다고 주장했다.

김 전 수사관은 또 “이인걸 청와대 특별감찰반장이 지난해 7월 드루킹 김동원 씨가 특검에 제출한 60GB짜리 USB(이동형 저장장치)의 내용을 알아봐줬으면 좋겠다고 텔레그램 단체방에서 나를 비롯한 특감반원에게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반장에게 이 같은 지시를 내린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지만 공식 수사로 밝혀내야 한다”며 “검찰은 이 반장을 소환조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청와대는 대통령의 최측근이 수사받는 상황을 알아보라고 지시한 것”이라며 “공무상 비밀누설은 오히려 청와대가 주도했다”고 말했다.

김 전 수사관은 흑산도 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을 상대로 청와대가 ‘찍어내기용’ 감찰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김 전 수사관은 “지난해 9월 이 반장과 김태곤 사무관이 ‘김 장관이 흑산도 공항 건설을 반대하니 즉시 사표를 받아야 한다. 네가 감찰보고서를 쓰라’고 지시했다”며 “흑산도 공항 건설을 심의·의결하는 국립공원위원회에서 반대하는 위원이 누군지 파악해 오라고도 했다”고 밝혔다. 김 전 수사관은 “공항 건설에 관한 결정은 심의의결권이 있는 위원회의 권한”이라며 “(이에 개입하는 것은) 위법이고 월권”이라고 주장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