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월의 롤러코스터'…한미방위비분담협상 막전막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트럼프 대통령 의지 핵심변수 작용…연말 '원점' 돌아갔다 극적 합의
지난 1년 한미 사이 핵심 쟁점의 하나였던 제10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의 가서명이 10일 우여곡절 끝에 이뤄졌다.
한국과 미국의 방위비분담금 협상 수석대표인 장원삼 외교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와 티모시 베츠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는 이날 오후 2시30분께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제10차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문에 가서명했다.
내용상으로는 미국 측이 제시한 유효기간 1년을 한국이 받아들이는 대신, 금액은 미국이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던 10억 달러(1조1천305억원)보다 900억여원 적은 1조389억원으로 합의됐다.
지난 1년간 공식 협의만 10차례를 갖고 양국 정상과 외교 수장까지 관심을 표명하며 직접 나섰던 사안이 해를 넘긴 줄다리기 끝에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보름여 앞두고 비로소 마무리된 것이다.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이 분담하는 몫을 말한다.
이 금액은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각종 미군기지 내 건설 비용, 군수 지원비 등의 명목으로 쓰인다.
9차 협정이 적용되는 마지막 해였던 작년 한국 분담액은 9천602억원이었다.
올해부터 적용될 10차 협정을 앞두고서 지난해 3월 7∼9일 하와이 호놀룰루를 시작으로 양측은 분담금의 원만한 집행을 위해 매달 협상장에 마주 앉으며 타결에 진력해왔다.
결과적으로 협상의 시작과 끝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인상 의지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먼저 지난해 협상을 앞두고 긴장감을 조성한 것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잇단 언급이었다.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2016년부터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과 '한국 등 동맹국의 방위비 100% 부담'을 주장하며 압박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자 그의 요구가 현실이 되리라는 우려가 일었다.
이런 '압박' 분위기 속에서 외교부는 국방부와 함께 지난 2017년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협상을 준비했다.
TF 출범 이후 관계부처 회의만 30여 차례 진행되기도 했다. 실제 미국 측은 지난해 개시된 협상에서 우리 측에 전년도의 '1.5배'에 달하는 1조4천400억원 규모로 대폭적 인상을 요구했고, 우리 측은 이에 상식적인 수준에서의 인상과 함께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맞섰다.
연간 상승률(물가인상 등을 반영해 계약 기간 중 해마다 자동인상하는 비율)에서도 기존의 물가상승률을 훨씬 상회하는 '7% 이상'을 요구했다.
특히 협상 초반 미국 측이 전략자산(핵추진 항공모함이나 원자력 잠수함, 장거리 전략 폭격기 B-1B와 B-52 등) 한반도 전개 비용의 한국 분담과 이를 위한 '작전지원' 항목 신설을 요구하고, 우리는 불가 방침을 내세우면서 협상이 장기 공전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협상이 거듭하면서 양측이 절충점 찾기에 성공하는 분위기를 보였다.
연말로 접어들며 양 측은 한 차수의 회기 중 종료일을 정하지 않은 '끝장토론' 형식의 협의도 가졌다.
국방부와 주한미군사령부를 중심으로 이와 별도의 30여차례 실무급 협의도 병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협상을 통해 한국이 작전지원 항목 신설 요구는 수용하지 않되, 일정 수준의 증액은 받아들이고, 기간·연간 증가율·제도 개선 등에서 상응하는 요구를 관철하는 쪽으로 협상이 이뤄지는 것이 아냐는 분석이 우세했다.
이 과정에서 결국 미국 측이 작전지원 항목 신설 요구를 철회하면서 이제 양측이 1조원 안팎 규모로 어느 정도 총액 인상에 합의할 수 있느냐만 남은 듯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미국의 입장이 돌연 급변했다.
미국이 '최상부의 지침'이라면서 유효기간 '1년'과 함께 분담금 규모도 기본적으로 12억5천만 달러(1조4천131억원)를 요구하는 한편, 마지노선으로 10억 달러(1조1천305억원)를 제시하면서 협상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여기에서 '최상부'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대해 한국 측은 '1조 원'과 '계약 기간 3∼5년'을 고수했다.
특히 우리는 금액보다 '유효기간 1년'은 수용하기가 어렵다는 분위기였다.
당초 미국 측은 '10년' 가량 장기 협정을 원해왔다는 점도 우리를 당혹스럽게 만드는 요소였다.
우리측은 '1조원', 미국측은 '1빌리언(10억) 달러'라는 상징적 수치를 '마지노선'으로 설정하면서 양국은 팽팽하게 대치했다.
이 과정에서 협상단 주변의 한미 양측 관계자 사이에서는 '환율이 1천원(1조원=10억 달러가 되는 환율)일 때 하면 해결되는 것 아니냐'는 말과 함께 '환율 절상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환율 개입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느냐' 등의 농담까지 오갔다는 후문이다.
결국 양국 모두 이 사안을 더 길게 끌고 가서는 안 된다는 판단 하에 고위급 외교채널이 가동되면서 돌파구가 마련됐다.
작년 12월말이후 약 한 달 반 가량 기존 외교 당국 간 채널과 함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다양한 고위급 채널까지 가동한 조율을 거쳐 미국 측은 액수 면에서, 한국 측은 유효기간 면에서 각각 '양보'하는 것으로 절충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로서는 유효기간을 받아들이는 대신 인상폭에서 '국방예산 증가율'이라는 명분과 일부 제도 개선을 얻고, 미국 측은 예년보다 높은 인상폭과 동맹국 대상의 전체적인 방위비 분담 가이드라인을 새롭게 구축해 적용하려는 대외 전략에 맞춘 짧은 유효기간을 확보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 같은 절충에는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로 예정된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동맹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서둘러 매듭짓자는 양국의 의지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협상 과정에 정통한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록 우리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완전히 부합하지는 못하겠지만, 정부로서는 주어진 여건 하에서 국민과 국회가 납득할 수 있는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했다"면서 "양국 입장 차이가 상당했지만, 상호 존중과 신뢰의 동맹 정신 아래 타결을 모색해 최종적으로 상호 수용가능한 선에서 절충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의 방위비분담금 협상 수석대표인 장원삼 외교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와 티모시 베츠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는 이날 오후 2시30분께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제10차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문에 가서명했다.
내용상으로는 미국 측이 제시한 유효기간 1년을 한국이 받아들이는 대신, 금액은 미국이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던 10억 달러(1조1천305억원)보다 900억여원 적은 1조389억원으로 합의됐다.
지난 1년간 공식 협의만 10차례를 갖고 양국 정상과 외교 수장까지 관심을 표명하며 직접 나섰던 사안이 해를 넘긴 줄다리기 끝에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보름여 앞두고 비로소 마무리된 것이다.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이 분담하는 몫을 말한다.
이 금액은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각종 미군기지 내 건설 비용, 군수 지원비 등의 명목으로 쓰인다.
9차 협정이 적용되는 마지막 해였던 작년 한국 분담액은 9천602억원이었다.
올해부터 적용될 10차 협정을 앞두고서 지난해 3월 7∼9일 하와이 호놀룰루를 시작으로 양측은 분담금의 원만한 집행을 위해 매달 협상장에 마주 앉으며 타결에 진력해왔다.
결과적으로 협상의 시작과 끝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인상 의지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먼저 지난해 협상을 앞두고 긴장감을 조성한 것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잇단 언급이었다.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2016년부터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과 '한국 등 동맹국의 방위비 100% 부담'을 주장하며 압박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자 그의 요구가 현실이 되리라는 우려가 일었다.
이런 '압박' 분위기 속에서 외교부는 국방부와 함께 지난 2017년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협상을 준비했다.
TF 출범 이후 관계부처 회의만 30여 차례 진행되기도 했다. 실제 미국 측은 지난해 개시된 협상에서 우리 측에 전년도의 '1.5배'에 달하는 1조4천400억원 규모로 대폭적 인상을 요구했고, 우리 측은 이에 상식적인 수준에서의 인상과 함께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맞섰다.
연간 상승률(물가인상 등을 반영해 계약 기간 중 해마다 자동인상하는 비율)에서도 기존의 물가상승률을 훨씬 상회하는 '7% 이상'을 요구했다.
특히 협상 초반 미국 측이 전략자산(핵추진 항공모함이나 원자력 잠수함, 장거리 전략 폭격기 B-1B와 B-52 등) 한반도 전개 비용의 한국 분담과 이를 위한 '작전지원' 항목 신설을 요구하고, 우리는 불가 방침을 내세우면서 협상이 장기 공전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협상이 거듭하면서 양측이 절충점 찾기에 성공하는 분위기를 보였다.
연말로 접어들며 양 측은 한 차수의 회기 중 종료일을 정하지 않은 '끝장토론' 형식의 협의도 가졌다.
국방부와 주한미군사령부를 중심으로 이와 별도의 30여차례 실무급 협의도 병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협상을 통해 한국이 작전지원 항목 신설 요구는 수용하지 않되, 일정 수준의 증액은 받아들이고, 기간·연간 증가율·제도 개선 등에서 상응하는 요구를 관철하는 쪽으로 협상이 이뤄지는 것이 아냐는 분석이 우세했다.
이 과정에서 결국 미국 측이 작전지원 항목 신설 요구를 철회하면서 이제 양측이 1조원 안팎 규모로 어느 정도 총액 인상에 합의할 수 있느냐만 남은 듯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미국의 입장이 돌연 급변했다.
미국이 '최상부의 지침'이라면서 유효기간 '1년'과 함께 분담금 규모도 기본적으로 12억5천만 달러(1조4천131억원)를 요구하는 한편, 마지노선으로 10억 달러(1조1천305억원)를 제시하면서 협상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여기에서 '최상부'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대해 한국 측은 '1조 원'과 '계약 기간 3∼5년'을 고수했다.
특히 우리는 금액보다 '유효기간 1년'은 수용하기가 어렵다는 분위기였다.
당초 미국 측은 '10년' 가량 장기 협정을 원해왔다는 점도 우리를 당혹스럽게 만드는 요소였다.
우리측은 '1조원', 미국측은 '1빌리언(10억) 달러'라는 상징적 수치를 '마지노선'으로 설정하면서 양국은 팽팽하게 대치했다.
이 과정에서 협상단 주변의 한미 양측 관계자 사이에서는 '환율이 1천원(1조원=10억 달러가 되는 환율)일 때 하면 해결되는 것 아니냐'는 말과 함께 '환율 절상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환율 개입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느냐' 등의 농담까지 오갔다는 후문이다.
결국 양국 모두 이 사안을 더 길게 끌고 가서는 안 된다는 판단 하에 고위급 외교채널이 가동되면서 돌파구가 마련됐다.
작년 12월말이후 약 한 달 반 가량 기존 외교 당국 간 채널과 함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다양한 고위급 채널까지 가동한 조율을 거쳐 미국 측은 액수 면에서, 한국 측은 유효기간 면에서 각각 '양보'하는 것으로 절충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로서는 유효기간을 받아들이는 대신 인상폭에서 '국방예산 증가율'이라는 명분과 일부 제도 개선을 얻고, 미국 측은 예년보다 높은 인상폭과 동맹국 대상의 전체적인 방위비 분담 가이드라인을 새롭게 구축해 적용하려는 대외 전략에 맞춘 짧은 유효기간을 확보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 같은 절충에는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로 예정된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동맹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서둘러 매듭짓자는 양국의 의지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협상 과정에 정통한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록 우리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완전히 부합하지는 못하겠지만, 정부로서는 주어진 여건 하에서 국민과 국회가 납득할 수 있는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했다"면서 "양국 입장 차이가 상당했지만, 상호 존중과 신뢰의 동맹 정신 아래 타결을 모색해 최종적으로 상호 수용가능한 선에서 절충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