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소비자가 ‘위챗페이’를 이용해 QR코드로 결제하는 모습.  /한경DB
중국의 한 소비자가 ‘위챗페이’를 이용해 QR코드로 결제하는 모습. /한경DB
한국의 모바일 결제가 서서히 활성화되고 있다. 카카오와 네이버, 토스 등 관련 업체들이 지난해부터 시장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서다. 모바일 결제는 스마트폰으로 상품 구입부터 공과금 납부까지 모두 가능한 서비스다. QR코드와 모바일 메신저, 전용 앱(응용프로그램) 등을 통해 사용된다.

중국은 2010년대 들어 QR코드를 이용한 모바일 결제를 적극 보급했다. 개인 신용등급 등 신용카드 이용에 필요한 인프라가 부족했던 중국은 대신 한창 보급되던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모바일 결제로 바로 진입했다. 2012년 전체 상품 구입의 4%에 불과하던 모바일 결제 비중은 2017년 78.5%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이는 제조부터 유통까지 관련 서비스 전반을 뒤흔들어놨다. 중국을 통해 한국 모바일 결제 서비스의 미래를 점칠 수 있는 이유다.

'모바일 결제 천국' 中 선전…신용카드·시외버스터미널이 사라졌다
빨라지는 무인화

QR코드를 사용한 결제는 사람이 필요 없다. 상점 입구에 나와 있는 QR코드를 스마트폰 앱에 읽힌 뒤 소비자가 낼 금액을 입력하고 결제 승인을 하면 끝이다. 판매원이 결제기(POS기)에 카드를 읽힌 뒤 판매금액을 입력하는 신용카드 결제와 다르다. 이처럼 간편한 결제 시스템을 이용해 선전에는 각종 무인 상점이 등장하고 있다. 미래상점이라는 무인 편의점 체인은 50여 개 이상 지점을 냈다. 이용자가 디스플레이에 나와 있는 상품을 골라 QR코드로 결제하면 옆에 있는 출하대에서 물건이 나오는 구조다. 회사 사업장이나 오피스텔처럼 출입자가 제한된 곳에서는 내부에 있는 간식 가게 등을 무인화하고 있다. 직원이 선택한 상품의 바코드를 계산대에서 찍은 뒤 역시 QR코드로 결제하는 시스템이다.

모바일 결제는 일반 식당의 아르바이트생 숫자도 줄이고 있다. 선전에는 아무리 허름한 식당이라도 식탁마다 QR코드가 찍혀 있다. 이를 스마트폰으로 읽으면 제공되는 음식 메뉴를 확인하고 주문·결제까지 할 수 있다. 매운 정도, 삶은 달걀이나 면의 추가 여부 등 세부 사항도 손쉽게 선택할 수 있어 종업원에게 직접 주문하는 것보다 편하다. 종업원은 음식을 가져다주는 일만 하면 돼 일이 절반으로 줄고, 식당에서는 그만큼 인력 수요도 감소한다.

작은 커피숍 하나까지 관련 관청의 허가가 필요한 중국은 무인화 인프라가 갖춰졌다고 해도 종업원 자체를 고용하지 않기는 힘들다. 모바일 결제 활성화에 따른 무인화는 한국에서 더 빨리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입지 줄어드는 신용카드

모든 결제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신용카드부터 교통카드까지 플라스틱 카드는 과거 유물이 됐다. 특히 선전은 항저우와 함께 중국 도시 중 최초로 QR코드를 통한 대중교통 이용 시스템까지 도입했다. 지하철 및 버스 출입구에 QR코드 리더기가 장착돼 스마트폰의 QR코드를 켜고 가져다 대면 요금이 결제된다.

모바일 결제는 신용카드 사업 입지를 크게 줄일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신용카드 이용과 관련해 제공되는 각종 할인 혜택은 중국에서 모바일 결제로 집중된다. 서점이나 식당, 슈퍼마켓, 발마사지까지 해당 업체 모바일 회원으로 가입하면 5~10% 가격을 할인해 준다. 판매 업체들은 회원 가입 과정에서 확보한 정보로 소비자를 관리하고 마케팅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발송한다. 판매 업체들은 가능한 한 많은 고객을 자사의 모바일 결제 회원으로 가입시키기 위해 수시로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한다. 판매자와 소비자가 모바일 결제 플랫폼을 통해 직접 이어지면 신용카드사가 끼어들 틈이 없다.

물론 개인 신용을 통해 결제 대금 지급이 최대 한 달 이후에 이뤄지는 서비스는 불가능하다. 중국 내 신용 인프라가 아직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시장이 모바일 결제 중심으로 재편되면 제2금융권 등도 금리가 낮은 단기 대출 상품 등을 통해 신용카드 이용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상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외버스 터미널도 사라졌다

선전 도심을 지나다 보면 여행가방을 들고 모여 있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인근 광저우나 주하이로 가는 시외버스를 이용하려는 이들이다. 모바일 결제가 활성화되면서 기존 시외버스 터미널은 사실상 사라졌다. 사용자는 모바일 메신저의 시외버스 서비스 업체 계정에 들어가 자신이 버스를 타고 내릴 위치를 선택한 뒤 요금을 결제하면 된다. 선전 시내에만 20여 개 주요 거점에서 탈 수 있고, 광저우나 주하이에서도 비슷한 숫자의 지역을 선택해 내릴 수 있다. 버스 타러 가는 시간과 도착지에서 실제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시간이 그만큼 줄어든다. 속도가 두 배 빠르고 가격도 그만큼 비싼 고속철도보다 버스를 이용하는 이들이 많은 이유다.

결제 서비스와 실시간 위치 정보 서비스를 스마트폰에서 동시에 처리할 수 있어 생긴 변화다. 이 같은 시스템을 활용하면 버스부터 각종 공유 서비스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 중국에서 대중화된 공유 자전거 역시 QR코드를 이용한 모바일 결제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중국은 버스 운송 자격과 공유 차량 운행 기사 자격 등을 강화하고 있어 기대만큼 공유 서비스가 활성화돼 있지는 않다. 관련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길거리 풍경도 크게 바뀔 수 있다.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