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로 나온 국내 1위 게임사인 넥슨 인수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인수전에 뛰어든 2위 업체 넷마블의 ‘우군’이 속속 밝혀지면서다. 이르면 다음달 말 넥슨의 새로운 주인이 정해질 전망이다.
이달 인수 후보군 ‘윤곽’

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넥슨 매각주관사인 도이치증권 등은 오는 21일을 예비입찰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입찰이 끝나면 주관사 등은 1~2주 정도를 거쳐 최종 후보군(쇼트리스트)을 선정한다. 쇼트리스트에 뽑힌 컨소시엄 등은 한 달 정도 넥슨을 실사할 예정이다. 실사가 마무리되면 본입찰에 들어간다. ‘프로그레시브 딜(경매호가식 입찰)’ 등 입찰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가 정해진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시기는 다음달 말 또는 4월 초로 예상된다. 이후에도 본실사, 가격 협상, 본계약 등의 절차가 남아 있다. 하지만 특이 사항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우선협상대상자가 넥슨을 그대로 인수한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
방준혁 넷마블 의장
지금까지 인수전에 공식적으로 나선 업체는 넷마블이 유일하다. 넷마블은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 세계 최대 게임업체 중국 텐센트와 연합해 넥슨 인수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넷마블은 그동안 넥슨을 인수할 적임자 중 하나로 꼽혔지만 몸값이 최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넥슨을 넷마블이 홀로 인수하기에는 버겁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풍부한 자금을 보유한 MBK파트너스, 넥슨의 대표 게임 ‘던전앤파이터’의 중국 유통을 맡은 텐센트와 손잡으면서 이 같은 의문을 일축할 기회를 마련했다.

유리한 고지 차지한 넷마블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넥슨 인수 가격을 감안하면 MBK파트너스가 컨소시엄 내 최대 투자자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IB업계는 보고 있다. 경영은 넷마블, 투자는 MBK파트너스가 책임지는 구조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텐센트의 투자금액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텐센트는 넷마블 지분 17.6%를 보유한 3대 주주다. 넷마블이 넥슨을 인수하면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것은 앞으로 넥슨의 중국 사업에 도움을 주겠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넷마블 컨소시엄이 넥슨을 품으면 넷마블은 국내 1위 게임사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단숨에 ‘세계 상위 10위 게임업체’에도 오른다. 지난해 넷마블과 넥슨 매출은 각각 2조원과 2조5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두 기업 매출을 더하면 4조5000억원이 넘는다. 국내 3위 게임사인 엔씨소프트(1조7000억여원) 매출의 두 배 이상 규모다. 2017년 기준으로 세계 9위 게임업체인 닌텐도(36억달러)보다도 많다.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이 강조한 ‘글로벌 톱5’도 가시권에 들어온다. 방 의장은 2017년 기자간담회에서 “2020년까지 세계 시장에서 메이저 톱5 안에 들지 못하면 더 이상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우리에게 없다”고 말했다.

넷마블이 넥슨 인수에 적극적인 것은 시너지 효과가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넷마블의 주력은 모바일 게임이다. 다른 대형 게임업체와 달리 모바일 플랫폼에 집중해 2017년 국내 1위 게임업체에 올랐다. 반면 넥슨의 주요 게임 수입은 PC 게임 시장에서 나온다. 중국에서 매년 1조원 이상 수익을 내고 있는 던전앤파이터가 대표적인 효자 게임이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범수 카카오 의장
다른 후보군은

한국 게임업계의 주요 ‘자산’을 지켜야 한다는 방 의장의 의중도 크게 반영됐다. 넷마블이 최근 넥슨 인수전에 나서면서 밝힌 이유는 넥슨이 보유한 뛰어난 게임 개발 인력과 게임 지식재산권(IP) 유출 방지다. 넥슨의 몸값은 최대 10조원에 달해 국내 업체가 사들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넷마블은 “넥슨의 유무형 가치는 한국 게임산업의 주요 자산이어서 해외 매각 시 대한민국 게임업계 생태계 훼손과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인수 참여를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방 의장은 한국 게임업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나스닥 상장을 저울질하던 넷마블은 2017년 국내에서 기업공개(IPO)를 하기로 결정했다. 나스닥에 상장하면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할 수도 있었지만 한국 기업으로서 국내에 기여해야 한다는 방 의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또 다른 인수 후보인 카카오의 대응 전략에도 관심이 쏠린다. 카카오는 인수전 참여를 검토 중이다. 카카오도 텐센트를 3대 주주로 확보하고 있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힌다. 넷마블 컨소시엄에 합류하지 못한 칼라일그룹, KKR, TPG, 베인캐피털, 실버레이크 등 외국계 재무적 투자자(FI)가 카카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예비입찰에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전략적 투자자(SI) 중에서는 미국 게임회사인 액티비전블리자드, 일렉트로닉아츠(EA), 월트디즈니 등이 인수전 참여자로 거론된다. KKR, TPG, 칼라일 등 미국계 사모펀드가 중국 텐센트의 자금력에 맞서 미국 게임회사들과 합종연횡하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김주완/이동훈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