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대신 임시직 고용 치중해 '고용 불안감' 커져 무역전쟁 등으로 중국의 경기하강이 본격화하면서 중국 산업계 전반에 감원 한파가 불어닥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1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 산업계의 인력 구조조정은 광둥(廣東)성 등 중국 동남부 지역에 밀집한 수출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지난해 상반기부터 시작됐으며, 이제는 게임, 온라인, 바이오 등 업종을 불문하고 확산하는 추세이다.
광둥성의 성도 광저우(廣州)에서 20년 동안 남성 속옷 제조업체를 운영한 레오 리는 한때 600여 명에 달했던 고용 인력을 100여 명으로 줄였다.
그는 "경험 많은 숙련공만을 남겨둔 채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내보냈는데, 내 주위에 있는 모든 제조업체가 똑같이 그렇게 한다"며 "주문이 충분히 들어오지 않아 인력을 도저히 유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제조업체의 고용 한파는 서비스업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광둥성의 제조업 중심지인 둥관(東莞)에서 제과점 체인을 운영하는 궈펑천은 2년 전 대대적인 사업 확장에 나섰다가 이제는 구조조정에 착수한 상태이다.
그는 "재작년까지 장밋빛이었던 경기가 지난해부터 갑작스레 바뀌더니 이제는 잿빛으로 변했다"며 "주위의 제조업체 직원들이 주요 고객인데, 그들이 모두 떠나고 있어 매출이 급격히 줄고 있다"고 전했다.
궈펑천의 제과점 체인의 최대 고객 기반 중 하나였던 제조업체 쑤인 전자가 한때 1만 명이었던 고용 인원을 2천 명까지 줄이는 바람에 궈펑천도 24개까지 늘렸던 제과점 체인을 9개로 줄이고, 150명에 달했던 직원 수도 35명으로 확 줄였다.
감원 한파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넘어 게임, 온라인, 바이오 등 지금껏 유망 업종으로 여겨지던 산업으로 확산하고 있다.
베이징의 온라인 게임업체에서 일하다 지난해 하반기 해고된 류웨는 "회사가 직원 수를 기존의 500명에서 350명으로 줄였다"며 "지난해 초 게임 규제가 강화된 후부터 업계 전반의 감원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베이징, 상하이, 우한(武漢), 광저우, 선전(深천<土+川>) 등 중국 전역의 게임업체들이 비슷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온라인 여행 앱 '취날', 온라인 음식 배달업체 '메이투안뎬핑'(美團点評), 지식공유 사이트 '즈후'(知乎) 등도 감원 계획을 내놓았다.
중국 최대 의료장비 제조업체 선전마인드레이(Mindray·邁瑞)생물의료전자는 지난해 말 신규 채용 대상자의 절반이 넘는 200여 명의 채용을 취소한다고 밝혔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채용을 유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 산업계 전반에 불어닥친 감원 한파로 인해 고용의 질마저 악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임금이 높고 고용주가 '사회보장 기여금'을 부담해야 하는 정규직 대신 임시직 고용에 치중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직원들이 느끼는 고용 불안감 또한 커지고 있다.
SCMP는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3억 명에 육박하는 '농민공'은 이들 임시직의 공급 원천"이라며 "이들은 해고돼 농촌으로 다시 돌아가더라도 실업 통계에 잡히지 않으며, 이 덕분에 중국의 공식 실업 통계가 양호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21일 경제 발전과 사회 안정을 확실히 이룰 수 있도록 중대한 위험을 예방하고 해결하는 데 힘써야 한다며, '고용 우선 정책'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