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면 중국인들의 관심이 쏠리는 이슈가 있다. 바로 화웨이의 그해 주주 배당이다. 비상장사인 화웨이의 배당이 이목을 끄는 이유는 화웨이가 직원 4만여명이 주주인 종업원 주주회사를 표방하고 있어서다. 매년 초 발표되는 삼성전자의 초과이익분배금(PS)이 한국 샐러리맨들의 이목을 끄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다.

지난해 2월 초 화웨이는 주당 2.83위안의 순이익을 발표하며 이중 1.02위안을 배당한다고 밝혔다. 중국에서는 입사 1년만에 연봉보다 많은 20만위안(약 3300만원)을 배당으로 챙긴 화웨이 신입사원 사례가 화제가 됐다. 이같은 주주 배당 정책에는 “파격적인 보상이 있어야만 더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의 철학이 반영돼 있다.


‘화웨이식 인센티브’

런정페이 회장은 대중에게 거의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경영자다. 생애 첫 언론 인터뷰를 창업 26년만인 2013년에야 가졌다. 자주 대중 강연을 갖는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와 대비되지만 그의 각종 경영철학은 마윈 이상으로 중국인들에게 알려져 있다. 화웨이 사보를 통해 매달 자신의 생각을 200자 원고지 수십페이지 분량으로 정리해 직원들과 공유하기 때문이다.

기자가 만난 화웨이 직원들은 중요한 대목에서 런정페이 회장의 어록을 자주 인용했다. “화웨이 제품이 높은 경쟁력을 갖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차이멍보 글로벌마케팅 부사장이 “실패하면 월급을 더 주고 성공하면 승진시켜준다”는 런정페이 회장의 경구로 대답을 대신했다. 연구개발(R&D)부터 경영관리까지 런정페이 회장의 말로 건설된 화웨이 제국은 차이멍보 부사장과 같은 ‘런정페이주의자’들이 이끌고 있다.

종업원 주식 배당은 화웨이식 성과 보상의 가장 큰 특징이다. 역시 “대기업이 직원들의 의욕을 이끌어내는 첫번째는 돈이고, 인사정책은 두 번째”라는 런정페이 회장의 철학을 토대로 하고 있다. B등급 이상의 성과를 낸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회사 주식을 통해 매년 배당금이 지급된다. 18만명의 전체 직원 중 회사 주식을 받은 것은 4만명 안팎이다. 지난해 배당은 2016년초 주당 1.95위안이던 것에 비해 줄었다. 대신 주당 1.23주의 비율로 직원 주주들이 주식을 추가로 받았다. 배당 이외에 주식이 추가 지급되는 시스템은 우수한 인재들이 회사에 오래 머물 동기를 부여한다. 20년 정도 화웨이에서 근무한 핵심 임원은 대부분 100만주 안팎의 자사주를 갖고 있다. 경쟁사 대비 15~20% 높은 본봉과 연봉의 50%에 이르기도 하는 성과급은 별도다.

저성과자 관리도 철저히

이같은 종업원 주식 배당이 가능한 것은 화웨이가 비상장사이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2007년부터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를 임직원들에게 발행하고 있다. 우선주 신규 발행이 엄격히 통제 받는 중국 증시에서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직원들은 배당을 통해 회사의 성장을 자신의 성공으로 인식하게 된다. 회사의 매각이나 상장으로 수익을 실현하는 실리콘밸리의 스톡옵션과는 다른 방식이다.

화웨이의 성장에 당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런정페이 회장은 “5%의 뒤쳐진 인력으로 전체 직원의 노력을 이끌어낸다”고 강조하곤 한다. 의욕이 없는 직원을 퇴출시켜 조직에 긴장감을 부여한다는 말로 실제로 화웨이는 매년 부서별로 저성과자들을 해고한다. 일부 직원들은 본업을 떠나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 관리자들에 대한 평가도 엄격하다. 영업·판매 부서의 관리자 30%를 내보내기도 했다. 런정페이 회장은 “불에 타죽지 않는 새라야 봉황이 된다”며 미래의 화웨이 경영자가 될 임원들을 혹독하게 몰아붙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회사가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가 된 2012년 이 후에도 “언제 타이타닉처럼 침몰할 지 모른다”고 위기론을 설파하며 변화에 소극적인 관리자들을 쳐낸다.

파격적인 성과 보상과 냉정한 도태가 어우러지며 화웨이는 중국 내에서도 불이 가장 늦게 꺼지는 회사로 유명하다. 중국 최대 지도서비스업체인 가오더지도가 2017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화웨이 직원들의 평균 퇴근시간은 밤 9시 57분으로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을 제치고 가장 늦게까지 야근하는 회사로 선정됐다.

화웨이 출신들은 중국내 한국 기업들에게 가장 선호하는 인재로 손꼽힌다. 선전의 한 한국업체 관계자는 “일에 대한 책임감과 열의 등에서 화웨이 출신들은 다른 중국인들과 확연히 다르다”며 “한국과 일본, 타이완 기업들도 경력직원 채용시 화웨이 출신을 우선으로 뽑는다”고 전했다.

선전=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