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힘든데 지진도시 오명 걱정…'동해안지진'으로 불러야
도심서 50㎞ 떨어진 바다서 난 지진도 포항지진?…시민 속앓이
"포항 도심과 50㎞나 떨어진 바다에서 지진이 났는데도 '포항지진'으로 나오니 답답합니다."

지난 휴일 경북 포항 인근 해역에서 지진이 난 이후 포항시민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11일 기상청에 따르면 10일 낮 12시 53분 38초께 포항시 북구 동북동쪽 50㎞ 해역에서 규모 4.1 지진이 났다.

다시 말해 지진 진앙은 포항시 북구청에서 동쪽으로 약 50㎞ 떨어진 바다다.

정확한 위치는 북위 36.16도, 동경 129.90도이고 발생 깊이는 21㎞다.

1년 간격으로 지진이 난 포항시 북구청과 경주시청 직선거리는 24㎞다.

포항 북구청을 기점으로 경주시청까지 거리의 2배에 해당하는 곳에서 지진이 난 셈이다.

진앙과 가장 가까운 포항지역 육지에서도 40㎞ 이상 떨어져 있다.

이렇듯 포항 도심과 먼 곳에서 지진이 나다가 보니 진동을 느꼈다는 포항시민도 거의 없다.

그나마 집에서 조용히 앉아 있거나 누워 있던 사람만 조금 흔들림을 느꼈을 정도다.

그런데도 이번 지진이 포항지진으로 발표되다가 보니 상당수 시민은 포항을 지진도시로 기억할까 걱정하고 있다.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 지진이 일어난 지 15개월이 지나 겨우 안정을 찾아가는 시점에서 다시 '지진 발생 도시'란 인식이 굳어지면 활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포항 도심과 먼바다에서 지진이 났는데 뉴스에 포항지진이라고 대서특필을 하니 이미지가 나쁘게 굳어진다"며 "유·무형 손실이 큰 만큼 포항지진보다는 '동해안지진'이라고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지진 통보기관인 기상청에 이 같은 의견을 전달하고 협조를 구할 예정이다.

물론 기상청도 할 말은 있다.

기상청은 지진 진앙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가까운 시청이나 구·군청 등 행정관서를 기점으로 거리를 잡는다.

육지에서 지진이 났을 때는 이런 방식은 별다른 문제가 없다.

그러나 바다에서 지진이 났을 때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다 보니 육지와 100㎞ 이상 떨어진 바다에서 나더라도 거리와 위도를 따져서 가장 가까운 지역을 기점으로 잡아 발표한다.

예를 들어 비슷한 위도인 강원 동해시와 경북 울릉군 사이 중간 정도 해역에서 이번과 같은 규모 4.1 지진이 나면 어느 쪽이 더 가까운지 따진 뒤 동해지진이나 울릉지진으로 발표한다는 것이다.

물론 동해와 울릉 중간에서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두 지역 모두 약 80㎞ 떨어져 있어 해일이나 너울이 발생할 가능성이 작고 진도도 약할 수밖에 없다.

기상청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바다에서 지진이 났을 때 가장 가까운 행정구역을 기점으로 삼다가 보니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