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은 공동 4위다. 경기 내용은 챔피언에 버금갔다. 오는 6월 같은 골프장에서 열리는 US오픈에 더 기대감이 쏠리는 대목이다.

김시우(23·사진)가 11일(한국시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총상금 760만달러)에서 기분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 골프링크스(파72·6816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3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합계 13언더파 공동 4위다. 제이슨 데이(호주)가 김시우와 같은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챔피언 결정과 선두그룹의 순위 확정은 기상악화에 따른 일몰로 하루 미뤄졌다. 단독 선두 필 미컬슨(미국·18언더파)과 공동 2위인 잉글랜드의 폴 케이시(15언더파)가 17번(파3), 18번홀(파5)을 남긴 채 경기를 중단했다. 스콧 스털링(미국)도 15언더파 공동 2위지만 챔피언조에 앞서 경기를 마쳤다. 미컬슨과 케이시의 막판 대결 이후 최종 성적이 확정되지만, 김시우는 최소 공동 4위를 확보한 셈이다. 지난해 4월 RBC헤리티지 준우승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이다.

경기 내용이 빼어났다. 첫 홀부터 약 9m짜리 버디 퍼트를 꽂아 넣은 그는 2번홀(파5)에서도 10m에 가까운 이글퍼트를 홀에 붙여 버디를 뽑아냈다. 둘 다 깃대를 꽂은 채 퍼팅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후반 14번홀(파5)까지 12개 홀 동안 보기 2개, 버디 5개를 기록해 공동 2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5번홀(파3)에서 90㎝짜리 짧은 버디 퍼트를 놓쳤고, 7번홀(파3)에선 2m짜리 버디 퍼트가 홀 옆으로 흘렀다. 8번홀(파4)과 11번홀(파4)에서도 1m가 채 안되는 파퍼트를 아깝게 놓쳤다. 까다로운 포아애뉴아 잔디 영향이 컸다. 포아애뉴아 잔디 그린은 오후로 갈수록 생육 속도가 들쭉날쭉해져 짧은 퍼트에서도 공이 엉뚱한 방향으로 튀거나 흐르는 경우가 잦다. 김시우뿐만 아니라 많은 선수가 예측하기 힘든 브레이크에 애를 먹었다.

공격적 샷으로 타수를 줄이려다 실패로 끝난 18번홀(파5)도 입맛이 썼다. 티샷이 페어웨이 우측 벙커에 빠졌고, 벙커 속에서 친 우드샷이 바닷물에 빠졌다. 이 홀에서 보기를 적어낸 김시우는 결국 선두 미컬슨에 5타 뒤진 13언더파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드라이버샷과 아이언 샷, 퍼팅 3박자가 모처럼 두루 좋았다. 바람이 강했지만 페어웨이 적중률이 이날만 78.57%에 달했고, 그린적중률도 72.22%로 준수했다. 퍼팅은 챔피언급이었다. 페블비치 코스에서 퍼팅으로 줄인 타수(SG퍼팅)가 4.421타로 집계돼 전체 출전 선수 중 1위에 올랐다. 페블비치는 오는 6월 열리는 US오픈 대회장이어서 기대감을 키우는 대목이다. 샷에 자신감이 붙은 김시우는 이날 14번홀(파5)에서 페어웨이 세컨드샷을 드라이버로 치기도 했다. 2017년 5월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챔피언십 3라운드 14번홀의 데자뷔였다.

강성훈(32)이 분투 끝에 9언더파 공동 14위로 선전했다. 지난달 열린 소니오픈(공동 10위)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이다.

미컬슨은 이 대회 통산 5승을 눈앞에 뒀다. 그는 이 대회에서만 네 차례(1998·2005·2007·2012년) 우승했다. 잔여 경기에서 이변이 없는 한 마크 오미에라(미국)가 기록한 이 대회 최다 우승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케이시는 3타 차 선두로 최종일에 나섰지만 베테랑 미컬슨의 노련함 앞에서 흔들리며 선두 자리를 내줬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