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직업 훈련소' 1000곳 넘어
100만명 이상 고문·노역 생지옥
中 한족 이주시켜 '인종 희석작전'
'돌궐족 혈연' 터키, 탄압 강력 비판
中은 "폭력사태 예방 조치" 강변
터키 외교부는 지난 9일 중국 정부에 신장위구르 주민에 대한 탄압과 체포를 중지하고 강제 수용소를 없앨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미 악소이 대변인은 “100만 명이 넘는 무슬림계 위구르족이 집단 수용소에 갇혀 있다는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며 “인도주의에 대한 큰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구금되지 않은 위구르족도 큰 탄압을 받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터키 정부가 중국을 강하게 비난하고 나선 것은 위구르족이 무슬림일뿐 아니라 터키인들과 혈연적, 문화적으로 가까운 튀르크계여서다. 터키인들은 고대 동아시아에서 돌궐족으로 불리던 튀르크인들이 중앙아시아를 거쳐 현재의 터키에 정착했다고 본다. 중국에서 탄압받는 위구르족들이 터키로 망명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타국 시민권을 가진 이들도 탄압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가디언은 친척을 만나러 이 지역을 찾은 것으로 전해진 위구르계 호주인 17명이 신장위구르의 감옥이나 강제 수용소에 구금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11일 보도했다.
중국 전체 면적의 17%를 차지하는 신장위구르자치구는 러시아, 인도, 몽골,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 8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석유 석탄 등 자원이 풍부한 전략적 요충지다. 중국은 1949년 군대를 보내 이곳을 점령한 뒤 중국 영토로 편입했다. 이후 중국 한족을 대거 이주시켜 신장을 중국화하고 있다. 신장위구르 전체 인구의 45%가량이 위구르족(약 1100만 명)이다.
2009년부터 신장에서 자기 문화를 지키려는 위구르족 분리독립세력의 테러가 끊이지 않자 중국 정부는 2017년 이곳에 집단 수용소를 세워 위구르족을 감금했다. 지난해 8월 유엔인권위원회에 집단 수용소에 관한 보고서가 제출돼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곳에는 1000개가 넘는 강제 수용소가 있다. 법적 근거 없이 구금된 위구르인들은 수용소에서 부실한 식사 제공과 강제 노역에 시달린다. 고문까지 자행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중국어와 유교 경전, 반이슬람적 종교사상, 사회주의 등을 가르친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찬양하고 충성을 맹세하도록 강요한다.
보고서가 공개되자 프랑스, 캐나다, 미국, 독일 등 각국 정부는 중국 정부를 향한 비난을 쏟아냈다. 방글라데시, 인도, 파키스탄 등 이슬람 국가에서는 반(反)중국 시위가 벌어졌다.
중국 정부는 인권 탄압을 부인하며 “폭력 사태를 막기 위해 보안을 강화하고 종교 활동에 일부 제한을 뒀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강제 수용소의 실태가 속속 드러나자 ‘직업 훈련을 위한 재교육 캠프’라고 강변하고 있다. 작년 10월엔 강제 수용소를 합법화하는 법안까지 통과시켰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민간군사기업(PMC)인 블랙워터의 설립자 에릭 프린스가 홍콩에서 만든 프런티어서비스그룹(FSG)과 신장에 연간 8000명을 훈련할 수 있는 군사기지를 세우는 계약을 체결했다. 탄압을 지속하겠다는 뜻이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