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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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7~28일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과 관련해 미국 정치권 안팎의 회의론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이 ‘하노이 담판’을 불안하게 보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우선 회담 날짜와 장소부터 정해 놓고 의제 협상을 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과 닮은꼴이다. 싱가포르 회담 때도 회담 날짜와 장소가 정해진 가운데 미·북 실무협상 대표가 막판까지 합의문에 담길 내용을 두고 협상을 벌였다. 그 결과 미국과 북한 정상이 처음 만났지만 실질적 비핵화에선 큰 진전이 없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국은 2차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도 회담 날짜부터 발표했다. 이어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 6~8일 평양에 들어가 북한 측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대미특별대표와 협상한 뒤 장소를 하노이로 확정했다. 미·북은 평양 협상에서 회담 장소와 구체적인 시간 등 ‘로지스틱스(실행계획)’에 초점을 맞췄고 구체적인 의제 협상은 다음주에 하기로 했다.

미국과 북한이 생각하는 ‘한반도 비핵화’의 정의가 같은지도 불분명하다. 비건 대표는 지난달 31일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미국이 생각하는 비핵화를 ‘북한의 대량파괴무기(WMD) 프로그램 전체와 생산수단, 그리고 운반수단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제거’라고 규정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전체를 겨냥한 것이다. 반면 북한은 비핵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한 적이 없다. 전문가들은 역사적으로 볼 때, 북한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주한미군 철수와 한반도에서 미국의 ‘핵 우산 제거’와 관련이 크다고 지적한다. 김정은도 올해 신년사에서 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 중단을 요구했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의 밥 메넨데즈 의원(민주당)은 10일(현지시간) “성공적인 정상회담을 위해 필요한 준비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는 것 같지 않다”며 “무엇보다 (미·북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정의조차 합의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북한 비핵화 로드맵 마련과 포괄적 핵신고가 흐지부지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다수 전문가는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첫 단계로 이 두 가지를 꼽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신뢰 구축이 우선’이라는 논리를 앞세워 이 같은 절차에 부정적이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 잭 리드 의원(민주당)은 “북한이 핵시설과 핵물질 등에 대해 밝힌 게 없다”고 지적했다. 비건 대표도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포괄적 핵신고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구체적 시기에 대해선 ‘어느 시점’이라고만 밝혔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러시아 대선 개입 스캔들’ 수사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치적 악재를 덮기 위해 북한과 합의를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비핀 나랑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정치학 교수는 하노이 회담에 대해 “아마 결과는 (싱가포르 회담의)반복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진전의 신호가 별로 없는 가운데 트럼프와 김정은의 정상회담이 다가온다’는 기사에서 2차 미·북정상회담을 둘러싼 가장 큰 의문은 “그들이 왜 만나느냐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작년 싱가포르 회담 후 북한이 핵무기 포기를 향해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제재를 계속 회피해왔다고 지적하면서 1·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 자체가 “그들에게 있어 승리”라고 평가했다.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싱가포르 회담을 뛰어넘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이같은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