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서울시에 "경제성 없는 노선 빼고 다시 설계하라"
복합환승센터 기능 축소 불가피
주변 개발 프로젝트에도 '불똥'…현대車 GBC 착공도 차질 우려
서울시, 기본설계 입찰공고 연기
설계 바꾸는 데만 최소 수개월…착공 5월에서 연말로 늦어져
서울시 "공기 차질 없다"지만, 전문가들 "완공 늦어질 수밖에"
고속철 의정부 연장 사실상 포기
현재 강남 수서에서 출발하는 고속철도를 의정부까지 연장하는 방안은 2013년부터 추진됐으나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부는 2017년 고속철도 선로를 GTX 선로와 공유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수서~삼성 구간은 GTX-A노선, 삼성~의정부 구간은 GTX-C노선과 공유하는 방안이다.
당시만 해도 A, C노선 모두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2017년 11월 통과된 A노선의 예타 때 A노선을 공유하는 방안이 포함되면서 수서~삼성 구간 공유 부분은 해결됐다.
문제는 C노선에서 불거졌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GTX-C노선을 고속철도 의정부 연장과 공유하는 방안을 C노선 예타에서 검토했지만 타당성이 부족한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곧 발주할 GTX-C노선의 기본계획 용역에서 고속철도 의정부 연장선과 선로를 공유하는 안을 재검토할 계획이다. 기본계획 용역은 앞으로 1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돼 결과는 내년 2월께나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선로를 공유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도 문제는 복잡해진다. 철도 전문가들은 고속철도와 GTX-C노선이 선로를 공유할 경우 GTX의 운영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GTX의 선로이용 횟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한 철도 전문가는 “민자사업으로 이뤄질 GTX의 운행 횟수가 당초 계획보다 줄어들면 사업성이 떨어져 민자사업자를 찾기 어려운 문제에 직면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 “완공 지연 불가피”
서울시는 고속철도 의정부 연장선을 제외하는 방안을 기반으로 한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기본설계에 들어갔다. 서울시는 재설계를 상반기에 완료한 뒤 하반기 공사를 발주하고 연내 착공할 계획이다. 당초엔 오는 5월 착공할 계획이었다.
서울시는 패스트트랙 방식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착공식 후 현장정리와 주변정리 등 기본적인 공사를 하는 동안 실시설계를 완성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의 완공 시점을 2023년 12월로 잡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착공 시점이 늦춰지긴 했으나 완공시점에는 변화가 없다”며 “공기 단축 등을 통해 완공시점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철도 전문가들은 완공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예상한다. 한 대형 건설회사 관계자는 “계획 수립 및 공사 발주가 늦춰지면 완공시점 또한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며 “복합환승센터가 광역철도망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철도사업 진행이 더뎌지면 더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는 서울시가 코엑스와 잠실운동장 일대에서 추진하는 국제교류복합지구의 주요 사업 중 하나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새 본사인 GBC와 지하로 연결된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복합환승센터 공사가 늦춰지면 인접한 GBC 건립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당초 계획대로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북부 차별” 반발
고속철도 의정부 연장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경기 동북부권 주민이 반발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어 고속철도 인프라가 시급한 까닭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향후 남북한 관계 개선으로 인한 경기북부 지역의 개발 가능성도 염두에 둔 장기 개발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현재 경제성만을 기준으로 철도망을 건설하는 것은 근시안적인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복합환승센터 기능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당초 복합환승센터는 5개 광역철도가 지나는 복합환승센터로 계획됐다. 고속철도 의정부 연장선이 제외되면 사업성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남부광역급행철도 추진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복합환승센터 규모가 자칫 GTX-A·C노선과 위례신사선만 지나는 수준으로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5개 노선 통과를 전제로 입찰을 준비 중이었다”며 “입찰을 전면 재검토하는 게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서기열/최진석/양길성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