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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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결이 너무 상했네요. 도저히 이 상태로는 파마를 할 수가 없습니다”

직장인 권모씨(30)는 지난 10일 네이버 예약을 통해 미용실에서 파마와 커트서비스를 받았다. 네이버에 올라온 미용실 가격표에 따라 볼륨매직 파마와 기장추가 등 총 12만원어치 상품을 온라인에서 선택한 뒤 시간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예약했다. 하지만 막상 머리를 하러 미용실에 가보니 예약한 서비스를 받을 수 없었다. 미용사가 머릿결이 안좋아 일반 펌을 할 수 없다며 영양 서비스와 고가 펌을 받아야 한다고 얘기했기 때문이다.

권씨가 “예약할 때는 이런 설명을 왜 안해줬냐”며 항의하자 미용사는 “일단 샴푸부터 하자”며 머리를 감기면서 “이런 머리 상태로 펌을 받으면 어떤 결과가 나와도 보장하지 못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결국 권씨는 미용사가 권하는 대로 서비스를 받은 뒤 30만원을 지불했다.

미용실들이 손님을 유치하려고 경쟁을 벌이다보니 포털사이트에는 가격이 낮은 것처럼 안내를 올려놓고, 일단 미용실에 방문하면 높은 가격을 요구하는 행태가 빈번하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가 ‘미용실 바가지’를 막겠다며 2017년 내놓은 대책이 무용지물이란 얘기가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라 파마와 염색 등 세 가지 이상 이미용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미용사가 전체 서비스의 총액 내용을 이용자에게 미리 알려줘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그러나 일부 미용실에서는 처음 고지한 가격에 이런 저런 비용을 추가하는 ‘꼼수’를 부리거나 “고가 서비스를 받지 않으면 머리가 망해도 책임질 수 없다”는 등 강요하는 식으로 이런 규제를 피해가고 있다.

‘기장추가’와 ‘머릿결이 상했네요’는 이들 미용실의 단골 멘트다. 또 다른 직장인 이모씨(29)도 네이버 예약을 통해 염색 서비스를 잡은 뒤 미용실에 갔다가 “기장추가를 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씨는 “단발인데도 머리 끝이 어깨에 닿는다는 이유로 기장추가를 요구했다”고 토로했다. 미용사는 이외에도 영양제 도포비용이 추가로 들어간다며 원래 예약가격의 2배인 8만원을 받았다. 이씨는 “일부러 시간을 내 예약하고 방문했는데 허탕을 칠 수는 없어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반면 미용사들은 방문객에게 일률적으로 가격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설명한다. 사람마다 모발의 특성이나 길이가 다르기 때문에 각자 다른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한 미용사는 “네이버에 올려놓은 것은 최저가격일 뿐 개개인에게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면 가격이 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