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소비자 의뢰 유전자 검사(DTC)’를 받은 사람이 곧 1억명을 넘어설 전망이라고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테크놀로지리뷰’가 11일 보도했다.

이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DTC 업체인 앤세스트리DNA, 23앤드미 등은 소비자 1230만명의 유전자를 분석했다. 이 규모는 올해 2650만명까지 늘 전망이다. 아직 1억명까지는 멀었지만 MIT테크놀로지리뷰는 최근 급격한 DTC 이용자 증가 추이에 주목했다. 미국 DTC 서비스 이용자 수는 2013년 33만명, 2014년 67만5000명, 2015년 157만명, 2016년 260만명, 2017년 447만5000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MIT테크놀로지리뷰는 “이런 증가추세가 계속된다면 이용자 수는 향후 2년 내에 1억명을 넘어설 것”이라며 “DTC 업체들의 TV 및 온라인 광고가 유전자 검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빠르게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1억명은 현재 미국 인구 3억3000만명의 30%에 이른다. 이 언론은 “DTC 이용자 수의 증가는 방대한 규모의 유전체 빅데이터 구축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전체 빅데이터는 인체의 약물반응 예측에 활용될 수 있어 바이오산업 발전에 큰 도움을 준다.

미국 DTC 이용자 수 증가는 대형 업체 두 곳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DTC를 한 사람 가운데 700만명(56.9%)은 앤세스트리DNA를 이용했다. 23앤드미를 이용한 사람은 350만명(28.5%)이고 기타 업체 180만명(14.6%)이었다. 올해는 앤세스트리DNA 1400만명(52.8%), 23앤드미 900만명(34%), 기타 업체 350만명(13.2%)이 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DTC 서비스가 엄격한 규제에 발이 묶여 있다. 탈모, 비만 등 주로 웰니스(건강한 상태)와 관련된 12가지 항목에 대해서만 가능하다. 암, 치매 등에 대한 유전자 검사는 병원을 거쳐야 할 수 있다. 국내 DTC 이용자 수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업계는 10만명(전체 인구의 약 0.2%)이 채 안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지난 11일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로 DTC를 포함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뒷말이 많다. DTC 검사 표본 수가 2000명으로 너무 적고, 시행 기간은 2년으로 너무 길어 실질적 규제 완화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규제 샌드박스는 새로운 제품·서비스에 대해 규제를 일시적으로 면제하거나 완화해주는 정책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규제 샌드박스는 시범사업보다 더 적극적으로 규제를 푸는 내용이어야 하는데 마치 시범사업처럼 돼 버렸다”며 “유전체 빅데이터 구축 속도를 높이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