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1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에 있는 알샤티 궁전에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와 면담하고 있다. 알나흐얀 왕세제가 자신의 트위터에 사진을 올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1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에 있는 알샤티 궁전에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와 면담하고 있다. 알나흐얀 왕세제가 자신의 트위터에 사진을 올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해 삼성의 5세대(5G) 이동통신 및 정보기술(IT) 기기 세일즈에 나섰다. 이 부회장의 경영 보폭이 올 들어 눈에 띄게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전날 UAE 아부다비에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왕의 동생)를 만나 5G 및 IT 미래사업과 관련한 협력 확대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설 연휴 기간인 지난 4일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뒤 유럽을 거쳐 아부다비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아부다비를 찾은 것은 중동지역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서다. 상당수 중동국가가 ‘오일 머니’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IT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만큼 삼성이 뛰어들 만한 ‘판’이 조성됐다고 본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5000억달러(약 561조원)를 투입해 IT 기반의 미래도시를 건립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중동의 우버’로 불리는 UAE의 차량 공유업체 카림 등 삼성과 협력할 만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도 속속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UAE를 방문했다는 것은 그만큼 중동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올 들어 이 부회장이 미래 먹거리를 직접 챙기고, ‘삼성의 얼굴’로 정부·여당과의 소통을 늘리는 등 경영 행보가 눈에 띄게 커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5G 네트워크 통신장비 생산라인 가동식에 참석한 데 이어 IT·모바일(IM) 부문 및 반도체·부품(DS) 부문 경영진을 잇따라 만나 사업전략을 논의했다. 설 연휴 기간에는 ‘반도체 위기론’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시안 반도체 공장도 찾았다.

정부 및 여당 인사와의 만남도 잦아졌다. 지난달에만 문재인 대통령을 두 차례 만났다. 이낙연 국무총리에게는 수원사업장의 5G 생산라인을 보여줬고,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여당 국회의원들에게는 화성 반도체 생산라인을 공개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올해를 기점으로 삼성의 ‘구심점’ 역할을 제대로 맡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14년 5월 이건희 삼성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5년 가까이 지난 만큼 총수가 이끄는 강력한 리더십을 다시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움직인다는 것은 한동안 흔들렸던 삼성 리더십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