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적 전문성을 근거로 소송대리권을 인정한다면 의료과오 사건은 의사가, 부동산 사건은 공인중개사가 재판을 이끌어도 된다는 말입니까.”

변리사 세무사 등이 특허와 조세 관련 재판에서 변호사 고유 업무인 소송대리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의 법률안이 발의된 가운데 변호사들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들이 반대 목소리를 거세게 냈다. 12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국민을 위한 소송제도 심포지엄’에서다. 이날 행사는 대한변호사협회,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와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인 유기준 이언주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백승재 대한변협 부협회장은 주제발표자로 나서 “소송대리에 필요한 교육과 훈련을 받지 못한 변리사 세무사 등 전문자격사들은 실제 재판에서 변호사에게 패소할 가능성이 크다”며 “국민은 제대로 권리도 구제받지 못한 채 법률서비스 비용만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주제발표에서 “전문자격사에 대한 소송대리권 부여는 입법재량의 범위를 일탈한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사 자격을 요구하는 성격으로 변호사 제도의 근간을 훼손하고 국민들의 변호사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유사 직역에 대한 소송대리권 부여가 로스쿨 도입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토론자로 나선 윤남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학부에서 다양한 과목을 전공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1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며 “조세 전문 변호사,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 등 전문 지식을 갖춘 변호사들이 배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백 부협회장도 “변호사 수가 부족하던 1960년대 국민에 대한 법률서비스 제공을 위해 제한적으로 법률사무에 종사하도록 세무사, 변리사 등이 도입된 것”이라며 “한 해 1600명의 변호사가 배출되는 지금과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