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의원외교 시작…한반도 전문가 간담회서 일각의 오해 불식 주력
"한미동맹, 북미 간 협상대상 안될 것"…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 헌화도
문의장 "北비핵화 무관하게 남북관계 진전시키려는 것 아냐"
의원 외교 차원에서 미국을 방문 중인 문희상 의장은 11일(현지시간) "한국이 북한 비핵화와 무관하게 남북관계를 일방적으로 진전시키고자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밝혔다.

문 의장은 이날 오후 워싱턴 D.C.에서 미국 싱크탱크 대서양협의회(Atlantic Council) 주최로 열린 한반도 전문가 간담회 인사말에서 "한국의 역할은 북이 핵 포기를 할 때 분명한 대북지원 능력과 의사가 있다는 진정성을 미리 보여줘서 핵 포기 결단을 돕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의장은 "우리는 핵 포기 없이 남북관계 진전에 한계가 있음을 북측에 설명하고 있으면서 비핵화 때 한반도 신경제 구상 등 포괄적 대북협력이 가능함을 제시해 비핵화 촉진에 시너지를 주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문 의장은 또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이 가능한 비핵화(FFVD) 목표는 견지하되 포괄적인 로드맵 합의의 필요성 측면과 이행상황의 병행적인 단계적 합의 측면이 서로 조화롭게 추동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의장은 핵 폐기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에 낙관론과 비관론이 모두 있다면서 자신은 낙관론자라고 소개했다.

문 의장은 중국의 황하가 만 번을 꺾여 흘러도 결국 동쪽으로 간다는 '만절필동'(萬折必東)을 거론, "여러 우여곡절과 변수에도 결국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특히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에 성취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관론에 가까운 '호시우행'(虎視牛行)은 조금 더 실천적인 원리"라며 "호랑이처럼 날카로운 눈으로 주도면밀하게 상황을 잘 살피되 소걸음처럼 착실하고 꾸준히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전진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문 의장은 그러면서 "북한의 핵 포기 진정성과 관련해 저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신뢰한다고 말하긴 좀 어렵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신뢰 여부보다 김정은을 과거와 다른 길로 가도록 할 수밖에 없는 북한이 처한 절박한 상황"이라며 "(북한 정권이) 주민의 기본적인 생활을 지탱해주지 못하면 정권이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상황을 심각하게 보는 것 같다"고 짚었다.

문 의장은 아울러 "한반도 정세에 놀라운 진전은 굳건한 한미동맹의 뒷받침이 있기에 가능했다"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있어서도 한 치의 오차 없는 한미동맹만이 계속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의장은 "문재인 대통령도 수차례 강조했듯 한미동맹은 북미 간 협상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체제 이후에도 (한미동맹은) 굳건히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의장 "北비핵화 무관하게 남북관계 진전시키려는 것 아냐"
간담회에는 문 의장과 함께 방미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 여야 5당 지도부와 의원들도 참석했다.

미국 측에서는 프레드릭 켐프 대서양협의회장과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 '38노스'의 운영자 조엘 위트, 캐슬린 스티븐스·마크 리퍼트·알렉산더 버시바우 등 전 한국주재 미국대사 등이 자리했다.

문 의장은 미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인 스티븐스 전 대사를 향해 "더 아름다워졌다"며 친근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켐프 회장은 인사말에서 "월스트리트저널 기자 시절 저는 독일이 통일될 때 현장에 있었다.

(독일 통일과) 똑같은 일들이 한반도에서 다시 벌어질 것이라고는 생각은 안하지만 희망을 갖고 있다"며 다음 달에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정책제안서를 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문의장 "北비핵화 무관하게 남북관계 진전시키려는 것 아냐"
한편, 문 의장을 포함한 대표단은 간담회에 앞서 이날 오전 미국 워싱턴 내셔널몰 서편 웨스트포토맥 공원을 찾아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에 헌화하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대표단은 전날 오후엔 조선과 대한제국 외교관들이 미국에서 외교활동을 펼친 거점인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을 방문했다.

문 의장은 방명록에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을 통한 우리 외교의 뿌리가 새로운 대한민국 100년의 외교 역사로 이어지길 기원합니다"라고 썼다.

공사관 방문에는 별도의 방미단을 꾸린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