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식 산업' 뛰어든 스타트업…세상에 없던 참기름·양말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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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 접목·유통관행 개선…오래된 업종들 혁신
쿠엔즈버킷, 프리미엄 참기름 생산
원적외선으로 참깨 볶아 추출
미트박스·정육각은 축산업 도전
농장 직거래로 가격 경쟁력↑
폴프랜즈, 1~7세 겸용 양말 선보여
뉴턴1665, 소셜펀딩으로 칫솔 개발
쿠엔즈버킷, 프리미엄 참기름 생산
원적외선으로 참깨 볶아 추출
미트박스·정육각은 축산업 도전
농장 직거래로 가격 경쟁력↑
폴프랜즈, 1~7세 겸용 양말 선보여
뉴턴1665, 소셜펀딩으로 칫솔 개발
혁신이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재래식 산업’에 뛰어들어 혁신을 일으키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늘고 있다. 기존 시장의 낡은 관행을 개선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참기름 제조부터 정육 유통, 양말 제조까지 분야는 다양하다. 이들은 “재래식 산업은 시장 규모도 크고 비집고 들어갈 혁신 여지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새로운 생각과 기술이 오래된 산업과 만나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21억원 투자받은 참기름 제조업체
이 중에서도 최근 가장 이름이 많이 거론되는 회사는 참기름 제조 스타트업 쿠엔즈버킷이다. 참기름 제조업체라고 하면 시장의 조그만 방앗간이 떠오르지만 쿠엔즈버킷은 사업성을 인정받아 최근 21억원을 투자받기도 했다.
이 회사 박정용 대표는 “백화점 식품 마케터로 일하던 도중 참기름 시장이 수십 년간 기술 진보 없이 정체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시중에서 많이 쓰는 고온흡착 방식 대신 저온흡착 방식으로 참기름을 생산한다. 독일에서 올리브유 압착용 기계를 들여와 참깨 압착에 맞게 변경했다. 140도 이하에서 원적외선으로 볶아 추출한 참기름은 기존 참기름과 달리 동물성 지방 맛이 난다. 기존 참기름보다 몇 배 더 비싼 가격임에도 국내 백화점 식품관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1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해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미국의 미쉐린 레스토랑인 ‘대니얼’과 ‘바타드’에선 올리브유 대신 쿠엔즈버킷의 참기름으로 스테이크와 연어를 요리한다.
박 대표는 “최근 신선한 지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은 식물성 식용 지방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기업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육시장의 혁신
‘육체노동’의 영역이라 여기던 정육 시장도 변화하고 있다. 축산물 B2B(기업 간 거래) 플랫폼 미트박스는 ‘도축상-대도매상-소도매상-소유통상-식당·정육점’이라는 유통 구조를 깨버렸다. 도축상(공급자)과 식당 등 최종 수요자를 직접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중간 유통 단계를 생략했기 때문에 식당 주인은 기존가보다 30%가량 싼 가격에 고기를 구매할 수 있다.
서영직 미트박스 대표는 “고기 원가가 투명하게 제공되면 지나치게 높은 유통마진과 미수금 거래 관행이 없어질 것으로 보고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판매자와 최종 소비자가 직접 거래하기 때문에 판매대금 회수도 빨라졌다. 설립 4년여 만인 지난해 미트박스를 통한 거래 규모는 3000억원을 넘어섰다. 서 대표는 “축산물 B2B 유통 시장은 연간 13조원이 넘는다”며 “혁신을 통해 고객을 끌어들일 여지가 많은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정육각은 도축된 지 나흘 이내의 돼지고기·닭고기·달걀 등만 취급하는 온라인 정육점이다. 수도권 지역에서 점심시간 이전에 주문하면 당일 배송된다. 김재연 대표는 “주문된 고기의 무게를 정확히 잘라내 자동발주한 뒤 포장해 나가는 ‘저스트인타임’ 생산 시스템을 개발해 가능한 서비스”라고 말했다. 고기의 신선도는 높지만 농장과 직거래하기 때문에 같은 스펙의 고기라도 대형마트보다 10~15%가량 싸다. 그는 “혁신과 변화가 없던 시장이라는 건 기회가 많다는 뜻”이라며 “재창업을 하더라도 다시 축산업종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칫솔에 양말까지
치과의사가 직접 칫솔 제작에 뛰어들기도 했다. 박미라 뉴턴1665 대표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칫솔은 칫솔모 크기가 커 치태와 치석이 제일 먼저 쌓이는 잇몸이나 치아 경계부까지 깨끗하게 닦지 못한다”며 “시중 칫솔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칫솔모 폭이 좁은 칫솔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회사를 세운 뒤 와디즈펀딩을 통해 개발 자금을 마련했다. 학부 기계공학과에서 배운 기억을 살려 금형 제조까지 관여했다.
양말을 생산하겠다고 나선 스타트업도 있다. 폴프랜즈는 1~7세 아동이 사이즈에 구애받지 않고 신을 수 있는 ‘원사이즈 양말’을 오는 4월 내놓는다. 10㎝ 정도의 양말이지만 7세 아이도 신을 수 있다. 민형미 대표는 “엄마들이 모여 있는 카페에 ‘사놓은 아기 양말이 금세 작아졌다’는 불만 글이 많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착안했다”며 “기존 양말과 다른 신기술 제조 방식으로 특허를 취득했다”고 말했다.
낚시 예약 플랫폼도 등장했다. 해양수산테크 스타트업 마도로스는 전화 예약 대신 자체 플랫폼으로 고객과 선주를 연결해준다. 국내 낚싯배 4600여 척 중 1000여 척과 협력해 낚싯배 선택부터 예약 및 결제에 이르기까지 한번에 해결할 수 있다. 벤처캐피털로부터 30여억원을 투자받아 서비스를 시작한 뒤 1년6개월 만인 지난해 9월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이 중에서도 최근 가장 이름이 많이 거론되는 회사는 참기름 제조 스타트업 쿠엔즈버킷이다. 참기름 제조업체라고 하면 시장의 조그만 방앗간이 떠오르지만 쿠엔즈버킷은 사업성을 인정받아 최근 21억원을 투자받기도 했다.
이 회사 박정용 대표는 “백화점 식품 마케터로 일하던 도중 참기름 시장이 수십 년간 기술 진보 없이 정체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시중에서 많이 쓰는 고온흡착 방식 대신 저온흡착 방식으로 참기름을 생산한다. 독일에서 올리브유 압착용 기계를 들여와 참깨 압착에 맞게 변경했다. 140도 이하에서 원적외선으로 볶아 추출한 참기름은 기존 참기름과 달리 동물성 지방 맛이 난다. 기존 참기름보다 몇 배 더 비싼 가격임에도 국내 백화점 식품관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1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해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미국의 미쉐린 레스토랑인 ‘대니얼’과 ‘바타드’에선 올리브유 대신 쿠엔즈버킷의 참기름으로 스테이크와 연어를 요리한다.
박 대표는 “최근 신선한 지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은 식물성 식용 지방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기업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육시장의 혁신
‘육체노동’의 영역이라 여기던 정육 시장도 변화하고 있다. 축산물 B2B(기업 간 거래) 플랫폼 미트박스는 ‘도축상-대도매상-소도매상-소유통상-식당·정육점’이라는 유통 구조를 깨버렸다. 도축상(공급자)과 식당 등 최종 수요자를 직접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중간 유통 단계를 생략했기 때문에 식당 주인은 기존가보다 30%가량 싼 가격에 고기를 구매할 수 있다.
서영직 미트박스 대표는 “고기 원가가 투명하게 제공되면 지나치게 높은 유통마진과 미수금 거래 관행이 없어질 것으로 보고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판매자와 최종 소비자가 직접 거래하기 때문에 판매대금 회수도 빨라졌다. 설립 4년여 만인 지난해 미트박스를 통한 거래 규모는 3000억원을 넘어섰다. 서 대표는 “축산물 B2B 유통 시장은 연간 13조원이 넘는다”며 “혁신을 통해 고객을 끌어들일 여지가 많은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정육각은 도축된 지 나흘 이내의 돼지고기·닭고기·달걀 등만 취급하는 온라인 정육점이다. 수도권 지역에서 점심시간 이전에 주문하면 당일 배송된다. 김재연 대표는 “주문된 고기의 무게를 정확히 잘라내 자동발주한 뒤 포장해 나가는 ‘저스트인타임’ 생산 시스템을 개발해 가능한 서비스”라고 말했다. 고기의 신선도는 높지만 농장과 직거래하기 때문에 같은 스펙의 고기라도 대형마트보다 10~15%가량 싸다. 그는 “혁신과 변화가 없던 시장이라는 건 기회가 많다는 뜻”이라며 “재창업을 하더라도 다시 축산업종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칫솔에 양말까지
치과의사가 직접 칫솔 제작에 뛰어들기도 했다. 박미라 뉴턴1665 대표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칫솔은 칫솔모 크기가 커 치태와 치석이 제일 먼저 쌓이는 잇몸이나 치아 경계부까지 깨끗하게 닦지 못한다”며 “시중 칫솔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칫솔모 폭이 좁은 칫솔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회사를 세운 뒤 와디즈펀딩을 통해 개발 자금을 마련했다. 학부 기계공학과에서 배운 기억을 살려 금형 제조까지 관여했다.
양말을 생산하겠다고 나선 스타트업도 있다. 폴프랜즈는 1~7세 아동이 사이즈에 구애받지 않고 신을 수 있는 ‘원사이즈 양말’을 오는 4월 내놓는다. 10㎝ 정도의 양말이지만 7세 아이도 신을 수 있다. 민형미 대표는 “엄마들이 모여 있는 카페에 ‘사놓은 아기 양말이 금세 작아졌다’는 불만 글이 많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착안했다”며 “기존 양말과 다른 신기술 제조 방식으로 특허를 취득했다”고 말했다.
낚시 예약 플랫폼도 등장했다. 해양수산테크 스타트업 마도로스는 전화 예약 대신 자체 플랫폼으로 고객과 선주를 연결해준다. 국내 낚싯배 4600여 척 중 1000여 척과 협력해 낚싯배 선택부터 예약 및 결제에 이르기까지 한번에 해결할 수 있다. 벤처캐피털로부터 30여억원을 투자받아 서비스를 시작한 뒤 1년6개월 만인 지난해 9월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