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 뮤지컬 리뷰를 올리는 크리에이터 ‘능능’.  /유튜브 제공
유튜브에 뮤지컬 리뷰를 올리는 크리에이터 ‘능능’. /유튜브 제공
“하이드는 왜 루시를 죽였을까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궁금해 했을 얘기다. 지킬의 또 다른 자아인 하이드는 지킬을 좋아하는 루시를 살해한다. 지킬의 연구를 반대한 이사회 사람들 외에 하이드가 죽인 사람은 루시가 유일하다. 작품에선 이에 대한 설명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뮤지컬 영업왕’이란 채널로 뮤지컬 리뷰를 올리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능능’은 네티즌이 올린 이런 질문에 자신만의 분석을 내놓는다. “지킬을 향한 열등감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존재를 오롯이 상대해주던 유일한 사람인 루시마저 지킬을 택했으니, 하이드의 분노가 극에 달할 만하죠.” 내용 분석뿐만 아니다. 배우와 무대에 대한 설명 등도 곁들인다. 이 채널 구독자는 개설 1년 만에 9300명을 넘어섰다. 누적 조회수는 100만 건에 달했다.

궁금증 해소에 작품 선별 도움까지

유튜버의 막강 파워…이젠 문화마켓에도 영향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이 문화예술계 여러 장르로 확산되고 있다. 2~3년 전만 해도 책, 영화 중심의 리뷰가 올라오는 정도였다. 최근 들어선 뮤지컬, 연극과 같은 공연, 드라마를 분석하는 채널까지 생겨나고 있다.

유튜브 리뷰의 역할은 두 가지다. 작품을 본 뒤 생긴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게 1차 기능이다. 나아가 수많은 작품 중 어떤 걸 봐야 할지 선별할 수 있도록 돕는 ‘큐레이션’ 역할을 한다. 유튜브 관계자는 “이들의 리뷰를 통해 대강의 내용을 접한 후 흥미로워 보이는 작품을 보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연계에선 능능뿐만 아니라 ‘효니’도 인기다. 효니는 ‘함께 나누는 연극, 뮤지컬 이야기’란 채널로 두 장르를 함께 소개한다. 지난해에만 공연을 76회 관람했다는 그는 작품별 리뷰, 공연 관람 및 예매 시 유용한 팁 등을 소개한다. 구독자는 4400여 명, 누적 조회수는 30만 건을 돌파했다.

업계 관계자들도 유튜버 평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티켓 파워가 막강한 ‘뮤덕(뮤지컬 덕후)’들이 많이 찾아보기 때문이다. 이들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능능은 지난달 열린 ‘한국뮤지컬어워즈’의 공식파트너로 선정됐다. 뮤지컬 배우가 팬들과 만나는 ‘토크 콘서트’ 등 각종 행사의 사회자로도 섭외되고 있다.

콘텐츠 홍수 속 급증 예상

드라마 리뷰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과거엔 출생의 비밀, 불륜 등을 다룬 ‘막장 드라마’ 또는 로맨스 드라마는 해석할 여지가 적었다. 그러다 스릴러 등 장르 드라마가 많이 나오면서 달라졌다. 영화처럼 복잡해진 캐릭터 성격과 복선 등을 분석하면서 봐야 한다. 특히 ‘SKY캐슬’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처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들이 나오면서 유튜브를 찾는 사람이 늘어났다.

유튜버 ‘정진우’는 많은 드라마 리뷰 중에서도 국내 최초로 증강현실(AR) 게임을 소재로 한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해설로 더욱 유명해졌다. 구독자는 1500명, 누적 조회수는 49만 건을 넘어섰다. ‘세상의 모든 드라마’는 친구들과 같이 드라마를 보며 이야기하는 느낌의 ‘드라마방구석리뷰’, ‘소름 돋는 대한민국 대표 악역 BEST 5’와 같은 다양한 형태로 리뷰하고 있다. 구독자 수는 비공개이며, 누적 조회수는 158만 건을 달성했다.

유튜브 관계자는 “콘텐츠를 더 재밌게 볼 수 있도록 작품 배경과 상식도 풍부하게 설명해주는 유튜버가 많다”며 “새롭고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어 유튜브 리뷰가 더 많이 늘어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