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체 빅데이터 美 1000만명, 韓 10만명인데…‘DTC 규제 샌드박스’는 거북이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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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 규제 완화 아닌 시범사업에 불과하다” 비판
마크로젠 ‘중대 질병 포함’ 단독 행동에 업계 불만도
마크로젠 ‘중대 질병 포함’ 단독 행동에 업계 불만도
정부가 ‘소비자 의뢰 유전자검사(DTC)’를 규제 샌드박스 대상으로 선정했지만 바이오업계에서는 환영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규제를 풀기 위한 파격적 조치가 아니라 분석 대상자를 2000명으로 제한해 실제로는 일반적인 시범사업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유전체기업협의회(유기협) 회장사인 마크로젠이 고혈압 등 중대질병으로 참여 신청을 한 것에 대해서도 업계에서는 “사전에 회원사들과 논의하지 않고 단독 행동을 한 것”이라며 “실제 규제 완화를 위한 공동 행동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지난 11일 발표한 규제 샌드박스 시행방안에서 고혈압, 뇌졸중, 대장암, 파킨슨병 등 13개 중대질환을 DTC 허용 항목에 포함했다. 병원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가 직접 민간업체에 유전자 검사를 의뢰하는 DTC는 국내에서 탈모, 비만 등 웰니스(건강한 상태)와 관계 깊은 12개 항목에 대해서만 허용된다. 이번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여기에 중대질환 13개를 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선정 기업은 마크로젠 한 곳이다. 그러나 대상자 2000명은 규제 완화를 시뮬레이션해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잡지 ‘매사추세츠공대(MIT)테크놀로지리뷰’는 최근 “미국 DTC 이용자 수는 지난해 1230만명이었고 올해 2650만명에 이를 전망”이라며 “증가세를 봤을 때 2년 뒤 1억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1억명은 미국 인구 3억3000만명의 30.3%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DTC 이용자 수는 현재 약 350만명(전체 인구의 약 2.7%)”이라며 “한국은 이보다도 훨씬 적은 10만명(0.2%) 이하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2000명은 제한적인 표본 실험이지 샌드박스의 원래 취지처럼 규제 완화의 선반영은 아닌 것 같다”며 “이 정도 규모로 실질적인 산업 연계성을 찾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복지부와 유기협이 웰니스로 1년 미만의 시범사업을 준비중인데 마크로젠이 상의없이 중대질환을 넣어 초점을 흐렸다”며 “규제 완화를 위해 힘을 모아야할 때에 유기협 회장사가 단독행동을 한 것에 대해 회원사들의 불만이 크다”고 말했다.
마크로젠 측은 비용 문제 때문에 대상자 수를 더 늘리기 어려웠다고 설명한다. 이는 비용 보전에 대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엄격한 제한 조건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산자부는 DTC 규제 샌드박스 참여기업을 모집할 때 “이용자에게 실비 수준으로 비용을 부담토록 해도 좋음”이라는 단서를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비조차도 모두 받기는 어렵고 실질적으로는 적자를 각오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DTC는 이번 규제 샌드박스에서 ‘임시허가’(검증된 제품에 대해 정식 허가를 염두에 두고 우선 출시를 허용하는 것)가 아닌 ‘실증특례’(제한된 범위 내에서 제품을 시험·검증하는 것) 안건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실증특례는 정부가 비용 부과 등을 더 까다롭게 규제한다. 이번 규제 샌드박스의 안건 4개 가운데 임시허가는 ‘앱기반 전기차 충전 콘센트’ 1개 뿐이다.
실제로 마크로젠은 2000명도 회사 비용으로 다 충당하기 어려워 이 사업을 하는데 재정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억원 이상이 들텐데 당장 수익을 못내고 있는 DTC 업체가 비용을 전부 부담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규제를 혁파한다고 해놓고 단서를 너무 많이 달아 사업이 누더기가 됐다”고 비판했다.
DTC 검사 결과는 비식별처리(누구의 유전자 내용인지 특정할 수 없게 하는 것)를 거쳐 빅데이터로 축적하는 게 최근 흐름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전체 빅데이터는 인체의 약물반응 예측에 활용될 수 있어 바이오산업 발전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빅데이터 구축 속도를 높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유전체기업협의회(유기협) 회장사인 마크로젠이 고혈압 등 중대질병으로 참여 신청을 한 것에 대해서도 업계에서는 “사전에 회원사들과 논의하지 않고 단독 행동을 한 것”이라며 “실제 규제 완화를 위한 공동 행동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지난 11일 발표한 규제 샌드박스 시행방안에서 고혈압, 뇌졸중, 대장암, 파킨슨병 등 13개 중대질환을 DTC 허용 항목에 포함했다. 병원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가 직접 민간업체에 유전자 검사를 의뢰하는 DTC는 국내에서 탈모, 비만 등 웰니스(건강한 상태)와 관계 깊은 12개 항목에 대해서만 허용된다. 이번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여기에 중대질환 13개를 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선정 기업은 마크로젠 한 곳이다. 그러나 대상자 2000명은 규제 완화를 시뮬레이션해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잡지 ‘매사추세츠공대(MIT)테크놀로지리뷰’는 최근 “미국 DTC 이용자 수는 지난해 1230만명이었고 올해 2650만명에 이를 전망”이라며 “증가세를 봤을 때 2년 뒤 1억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1억명은 미국 인구 3억3000만명의 30.3%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DTC 이용자 수는 현재 약 350만명(전체 인구의 약 2.7%)”이라며 “한국은 이보다도 훨씬 적은 10만명(0.2%) 이하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2000명은 제한적인 표본 실험이지 샌드박스의 원래 취지처럼 규제 완화의 선반영은 아닌 것 같다”며 “이 정도 규모로 실질적인 산업 연계성을 찾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복지부와 유기협이 웰니스로 1년 미만의 시범사업을 준비중인데 마크로젠이 상의없이 중대질환을 넣어 초점을 흐렸다”며 “규제 완화를 위해 힘을 모아야할 때에 유기협 회장사가 단독행동을 한 것에 대해 회원사들의 불만이 크다”고 말했다.
마크로젠 측은 비용 문제 때문에 대상자 수를 더 늘리기 어려웠다고 설명한다. 이는 비용 보전에 대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엄격한 제한 조건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산자부는 DTC 규제 샌드박스 참여기업을 모집할 때 “이용자에게 실비 수준으로 비용을 부담토록 해도 좋음”이라는 단서를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비조차도 모두 받기는 어렵고 실질적으로는 적자를 각오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DTC는 이번 규제 샌드박스에서 ‘임시허가’(검증된 제품에 대해 정식 허가를 염두에 두고 우선 출시를 허용하는 것)가 아닌 ‘실증특례’(제한된 범위 내에서 제품을 시험·검증하는 것) 안건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실증특례는 정부가 비용 부과 등을 더 까다롭게 규제한다. 이번 규제 샌드박스의 안건 4개 가운데 임시허가는 ‘앱기반 전기차 충전 콘센트’ 1개 뿐이다.
실제로 마크로젠은 2000명도 회사 비용으로 다 충당하기 어려워 이 사업을 하는데 재정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억원 이상이 들텐데 당장 수익을 못내고 있는 DTC 업체가 비용을 전부 부담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규제를 혁파한다고 해놓고 단서를 너무 많이 달아 사업이 누더기가 됐다”고 비판했다.
DTC 검사 결과는 비식별처리(누구의 유전자 내용인지 특정할 수 없게 하는 것)를 거쳐 빅데이터로 축적하는 게 최근 흐름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전체 빅데이터는 인체의 약물반응 예측에 활용될 수 있어 바이오산업 발전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빅데이터 구축 속도를 높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