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신청 긴 줄 1월 실업자가 122만4000명으로 19년 만에 최대를 기록하는 등 연초부터 고용 쇼크가 현실화하고 있다. 13일 장교동 서울고용복지 플러스센터에서 실직자들이 실업급여를 신청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실업급여 신청 긴 줄 1월 실업자가 122만4000명으로 19년 만에 최대를 기록하는 등 연초부터 고용 쇼크가 현실화하고 있다. 13일 장교동 서울고용복지 플러스센터에서 실직자들이 실업급여를 신청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올해 1월 실업자 수와 실업률이 각각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추락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을 2년 연속 두 자릿수로 인상한 부작용이 본격화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최저임금 인상 영향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 업종에서 한 달간 18만 개의 일자리가 증발한 게 대표적이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 고용률 등 정부가 ‘고용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는 근거로 내세운 지표들마저 나빠지고 있지만 정부는 “고용의 질 개선세가 이어진다”고 자평했다.

재정투입 사업만 고용 증가

통계청이 13일 내놓은 ‘2019년 1월 고용동향’을 보면 ‘최저임금 3대 업종’인 도매 및 소매업(-6만7000명), 숙박 및 음식점업(-4만 명),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7만6000명) 등에서 작년 1월보다 총 18만3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이들 업종 종사자에는 식당 종업원, 아파트 경비, 영세한 가게 종업원 등이 포함됐다. 최저임금이 지난해 16.4% 오른 데 이어 올해도 10.9% 인상되면서 취약계층이 많이 종사하는 일자리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기 둔화에 따른 영향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7만 명 줄었는데 이는 2년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반도체 등) 전자부품이라든가 전기장비 쪽 취업자가 작년에 이어 계속 감소세를 보인다”며 “작년 1월에는 제조업 취업자가 10만6000명 증가했는데 이에 따른 기저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며 건설업 취업자 수는 1만9000명 줄었다. 2016년 7월(-7000명) 이후 2년6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정부 재정이 투입된 업종은 일자리가 늘었다. 정부 지원 사업이 많은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 수는 17만9000명 증가했다. 이는 작년 1월 증가폭 4만 명의 네 배 이상이다.
전방위 고용참사…제조업 17만명↓ 도·소매업 6.7만명↓ 건설업 1.9만명↓
정부가 자랑하던 지표도 악화

지난달 고용률은 59.2%로 전년 동월 대비 0.3%포인트 하락했다.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를 기준으로 한 고용률도 65.9%로 같은 기간 0.3%포인트 떨어졌다. 1월 기준 생산가능인구 고용률이 하락한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생산가능인구 수가 줄고 있어 취업자 수가 제자리여도 고용률 수치는 증가로 나와야 하는데 이마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생산가능인구 기준 고용률은 정부와 청와대가 “고용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는 근거로 들던 지표다. 고용 악화에 대한 비판이 거셀 때마다 “고용률은 높아지는 추세”라고 반박해왔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상용직 근로자가 증가하고 청년고용이 개선되는 등 고용의 질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생산가능인구 중 20대와 60대를 빼면 전 연령층에서 고용률이 감소했는데 청년층만 내세워 고용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상용직 근로자는 고용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인 모든 근로자다. 비정규직도 포함되기 때문에 상용직 근로자가 늘어난 것을 고용의 질 개선으로 연결하는 것은 무리란 지적이 있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가 증가하는 것 역시 정부가 고용의 질 개선 근거로 들었던 수치다. 하지만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는 지난달 4만9000명 감소했다. 작년 12월 2만6000명 줄어든 뒤 두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올 들어 고용지표가 더 악화되는 것은 경기뿐만 아니라 최저임금이 2년 연속 급격하게 오른 영향도 크다”며 “당분간 고용지표가 좋아지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태훈/성수영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