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중앙윤리위원회가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의 징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13일 연 회의는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

‘태극기 부대’ 등 김진태 의원 지지자들이 회의 장소 주변으로 몰려와 강력하게 항의하자, 윤리위원들은 비밀리에 장소를 변경하면서 ‘숨바꼭질’을 벌였다.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망언’ 논란을 일으킨 이들 세 명은 전날 윤리위에 제소됐다.

한국당 윤리위는 당초 이날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기계회관에서 회의를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태극기 부대 200여 명이 회의 시작 1시간 전부터 영등포 한국당 당사로 몰려들면서 회의 개최가 불투명해지는 듯했다. 이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손에 들고 ‘윤리위 제소 당장 취소하라’를 외쳤다. 이들은 기계회관 주변으로 이동, 회관 앞 인도를 점거한 뒤 꽹과리를 치며 시위를 벌였다. 기계회관 앞 차도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 버스 6대가 대기했다.

김영종 윤리위원장은 회의 시작 시간을 지나서도 기계회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분위기가 심상찮게 돌아가자 회의 장소를 바꾼 것이다. 한국당 윤리위는 장소를 공개하지 않고 시내 모처에서 회의를 열어 시위대와의 충돌은 피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윤리위는 14일 오전 다시 회의를 열어 세 의원 징계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김용태 한국당 사무총장은 “오늘은 윤리위원들 간 이견을 다 좁히지 못했다”며 “내일 비대위 회의 전까지 징계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