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은 12일(현지시간) ‘일왕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는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 사과와 철회를 요구한 아베 신조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부 측을 향해 “사과할 사안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문 의장은 이날 워싱턴DC 인근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내가 한 말은 평소 지론이며 10년 전부터 얘기해온 것”이라며 “위안부 문제에서 근본적 해법은 진정 어린 사과”라고 말했다. 문 의장은 “합의서가 수십 개 있으면 뭐하냐”며 “피해자의 마지막 용서가 나올 때까지 사과하라는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일본 정부는 문 의장이 지난 8일 ‘일왕이 위안부의 손을 잡고 사죄해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해 반발하면서 외교 경로를 통해 발언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문 의장은 이에 대해 “왜 이렇게 크게 문제 되는지, 아베 총리까지 나서서 이러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이날 문 의장 등 한국 의원 대표단을 만나 위안부 문제를 언급하며 “피해자들이 권리 침해를 당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들을 지지한다”고 거들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3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방한한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과 조찬 회동을 하고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국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기존 원칙을 분명히 했다. 이날 회동은 한·일 간 갈등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전날 방한한 누카가 회장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누카가 회장은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리는 ‘일본 기업이 처음에 재판에 응해놓고 졌으니 수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 의회는 미·북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일 간 갈등 중재에 나섰다. 상·하원의 공화·민주당 의원 7명은 이날 한·미·일 3각 협력을 지지하는 내용의 초당적 결의안을 발의했다. 공동 발의자인 엘리엇 엥겔 하원 외교위원장은 “미·북 정상회담과 같이 중요한 행사를 앞둔 상황에서 (한·미·일이) 책임감 있게 전진해 나가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