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방안을 논의 중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14일 사실상 마지막 회의를 열고 합의안 도출을 시도한다. 하지만 노동계 대표로 참여 중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논의 막바지에 탄력근로제 확대는커녕 되레 현행 제도를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합의가 물 건너갈 공산이 커졌다. 협상의 키를 쥐고 있는 공익위원 간에도 이견이 커 공익위원안도 내지 못하고 ‘빈손’으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탄력근로 확대 논의 막판…되레 "줄이자"는 한노총
한국노총 “탄력근로 확대 불필요”

경사노위 산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20일 출범했다. 탄력근로제는 특정일의 근로시간을 늘리는 대신 다른 날의 근로시간을 줄여 일정 기간의 평균 근로시간을 법정 근로시간에 맞추는 제도다. 현재 우리나라는 취업규칙에 의해 2주 단위, 노사 단체협약에 따라 3개월 단위로 묶여 있다. 연간 횟수 제한은 없다.

14일 열리는 회의는 7차 회의다. 출범 이후 매주 한 차례씩 열리던 회의는 지난달 28일 한국노총의 불참 선언으로 약 3주간의 공백 끝에 지난 8일 재개됐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지난달 5차 회의까지는 사실상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나 그에 따른 근로자 보호 대책 등에 대한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사실상 이제야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14일에 이어 18일에 마지막 회의를 하지만 합의안에 대해 노사 간 내부 승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14일에 협상의 큰 줄기가 잡혀야 한다. 하지만 노사 간 입장 차이는 오히려 더 벌어졌다.

한국노총은 8일 회의에 앞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확대할 필요성이 전혀 없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그러면서 “탄력근로제 논의는 단위기간 확대가 아니라 현행 제도의 오·남용을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3개월 단위 탄력근로제의 연속 시행을 금지하고 연간 1회로 횟수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력근로제 확대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꾸려진 위원회에서 오히려 현행 제도 축소를 요구한 것이다. 한국노총은 또 포괄임금제 금지를 비롯해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시간특례 5개 업종 등에 대한 대책을 먼저 다루거나 논의를 병행해야 한다고도 했다.

“탄력근로 논의 18일 무조건 종료”

한국노총이 논의 막바지에 탄력근로제 축소 카드를 꺼내든 것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경사노위 복귀 무산과도 무관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경사노위에 참여 중인 한 공익위원은 “민주노총이 없는 상태에서 한국노총이 단독으로 탄력근로제 확대 방안에 합의 도장을 찍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민주노총이 장외에서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선언한 마당에 뒷감당을 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사노위는 18일 어떤 결론이 나오든 회의체를 해산하기로 했다. 이철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장(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8일 열린 회의에서 “간사단이 합의한 대로 18일 8차 회의를 끝으로 논의를 종료할 것”이라며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정부는 합의를 기대하면서도 결과에 상관없이 국회의 조속한 입법 지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확대 자체를 반대하지만 한국노총은 약간 결이 다르다”며 “경영계가 제도 확대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입증하면 합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모든 기업에 필요하진 않지만 특정 업종에 대해서만이라도 시행 요건과 기간 등을 다소나마 유연하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