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120조원이 투입되는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산업집적지)’가 경기 용인시 원삼면 일대 410만㎡(약 124만 평) 부지에 들어설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수도권 규제 완화다. 경북 구미시, 충북 청주시 등이 지역 균형 발전 논리를 앞세워 클러스터 유치에 나섰지만 정부는 경제 논리를 선택했다. “반도체 인재를 확보하려면 수도권에 들어서야 한다”는 반도체업계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단독] '120兆 반도체 클러스터' 용인으로 간다
13일 재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이달 말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어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해당 부지를 수도권공장총량규제에서 풀어주기 위해 다음달 ‘특별 물량 부지’로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수도권정비위원회를 열어 이 안건을 심의·의결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이후 산업단지 신청, 부지 매입 등을 거쳐 2022년께 착공한다는 구상이다. 정부 관계자는 “수만 명에 이르는 전기·전자 분야 고급 인력을 끌어들일 만한 곳은 수도권밖에 없다”며 “한국 수출의 20%가량을 차지하는 반도체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수도권 규제를 풀어주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서울 여의도(290만㎡)의 1.4배에 달하는 클러스터 가운데 231만㎡(약 70만 평)가량을 공장 부지로 쓸 방침이다. 이 중 198만㎡(약 60만 평)에 D램 및 차세대 반도체 생산라인 4개를 차례로 건설한다. 나머지 33만㎡(약 10만 평)에는 50여 개 부품·소재·장비 협력업체가 입주하게 된다.

SK하이닉스는 2024년께 D램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용인 공장이 완공되면 기존 경기 이천공장을 반도체 연구개발(R&D) 허브로 역할을 조정할 계획이다. 충북 청주공장은 지금처럼 낸드플래시 생산에 주력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용인 클러스터 반경 50㎞ 이내에 SK하이닉스 이천공장과 삼성전자 기흥·화성·평택 반도체공장이 있는 만큼 세계 최대 ‘반도체 벨트’가 조성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오상헌/좌동욱/임도원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