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여성 10명 중 2명은 낙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한 해 낙태 건수는 5만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1년에 5만 건…임신 여성 10명 중 2명은 낙태
14일 보건복지부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해 ‘인공임신중절(낙태) 실태조사’를 한 결과 만 15~44세 여성 1만 명 중 임신 경험 여성은 3792명(38%)이었고 이 중 한 번이라도 낙태를 택한 여성은 756명(19.9%)인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 차원에서 벌인 낙태 실태조사는 2011년 이후 7년 만이다.

낙태 당시의 혼인 상태는 미혼이 46.9%로 가장 많았고 법률혼 37.9%, 사실혼·동거 13.0% 순이었다.

낙태의 주된 이유(복수 응답)로는 33.4%가 ‘학업, 직장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경제 여건상 양육이 힘들어서’(33.4%)와 ‘자녀계획 때문’(32.9%)이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파트너(연인, 배우자 등)와 관계가 불안정해서’(17.8%), ‘파트너가 아이를 원하지 않아서’(11.7%) 등의 답도 있었다.

2017년 기준 낙태 건수는 약 5만 건으로 추정됐다. 여성 인구 1000명당 낙태 건수(인공임신중절률)는 4.8건이다. 낙태 건수는 2005년 34만2000여 건, 2010년 16만8000여 건 등에 달했으나 매년 줄고 있는 추세다. 보건사회연구원은 “피임약 처방과 여성 인구의 지속적인 감소 등으로 낙태 건수도 줄어드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의료계에서는 ‘연간 5만 건’이라는 정부 조사 결과가 과소 추계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불법적으로 이뤄지는 낙태 수술을 감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 여성 75.4%는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현행 형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형법 269조 1항은 여성이 낙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여성단체와 의료계는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과 산부인과 의사에게 낙태의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