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첫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내면서 지난해 강조했던 금융 불균형에 대한 우려 섞인 표현을 대폭 줄였다. 최근 집값이 하락하고 대출 증가세가 꺾이면서 가계 대출 문제가 완화됐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글로벌 경기 침체와 수출 둔화 가능성은 커졌다고 봤다. 한은의 관심이 금리 인상 요인인 ‘금융 불균형’에서 금리 인하·동결 요인인 ‘실물경기에 대한 우려’로 바뀌면서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도 그만큼 작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불균형보다 실물경제 우려…한은, 금리인상 가능성 멀어졌다
한은은 2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14일 국회에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통화신용정책보고서는 한은의 통화신용정책 여건과 운용 방향을 담은 것이다. 이번 보고서는 한은이 지난해 11월 말 기준금리를 연 1.75%로 0.25%포인트 인상한 후 처음 나온 것이다.

한은은 통화정책 방향의 큰 기조를 올해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수출 둔화 우려가 커졌다. 지난해 11월에는 주요 하방 리스크로 고용여건 개선 지연, 소비심리 둔화 등을 언급하며 국내 상황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에선 주요국 경기 둔화, 글로벌 반도체 수요 악화 등을 주요 리스크로 제시했다.

작년만 해도 미·중 무역 갈등이 국내 경기에 미칠 영향에 크게 주목했다. 올해는 여기에 더해 “미국 등 선진국 경제의 악화 우려가 금융시장에 크게 반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 중앙은행(Fed)이 금리인상 속도 조절을 시사한 데 대해서는 “우리나라 경제에 긍정적 요인”이라면서도 “속도 조절이 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긍정적 요인을 상쇄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번 보고서에는 경기에 대한 우려가 강조된 반면 금융 불균형에 대한 언급은 상당폭 줄었다. 지난해 11월 보고서에서는 “금융 불균형 우려가 커지면서 통화정책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번 보고서에선 “가계 부채 증가세 지속 여부 등에 유의하면서 금융 불균형 심화 가능성을 판단할 것”이라며 당분간 관망할 뜻을 내비쳤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