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학자들 한자리에… >  14일 서울 성균관대에서 ‘한국 경제, 정부 정책의 평가와 포용적 성장의 과제’를 주제로 열린 ‘2019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주제발표를 듣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 경제학자들 한자리에… > 14일 서울 성균관대에서 ‘한국 경제, 정부 정책의 평가와 포용적 성장의 과제’를 주제로 열린 ‘2019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주제발표를 듣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소득주도성장은 정치인들에게 달콤한 사탕이다. 그러나 결과는 둘 다 실패다.”

경제학자 1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4일 성균관대에서 열린 ‘2019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는 현 정부 핵심 정책인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쏟아졌다. 경제학자들은 단순한 주장이 아니라 경제학 이론을 통한 실증분석 결과들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고집하면 잠재성장률마저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생산성을 높이고 투자, 연구개발(R&D)을 늘리는 쪽으로 시급히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잠재적 경제성장까지 저해”

"소주성, 소득은 못 올리고 GDP·투자·고용·생산성에 모두 악영향"
최인·이윤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본격 시행한 2017년 3분기~2018년 3분기 주요 거시지표 실증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2013년 1분기~2017년 2분기 대비 국내총생산(GDP), 투자, 고용, 총요소생산성 부문의 장기균형 성장률(기저효과를 배제한 수치)이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요 측면부터 살펴보면 GDP 증가율은 이 기간 0.13%포인트 줄었다. 투자는 5.14%포인트 하락했다. 민간소비는 1.14%포인트 늘었지만 국내 소비 증가에 의한 것이 아니어서 내수 증진 효과는 없다는 분석이다. 최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이 목표로 하는 소비 증가에 의한 소득 증가(성장)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총공급 측면에선 고용이 크게 줄었다. 자영업자 등 비임금근로자는 2.53%포인트, 임금근로자는 2.19%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근로자 중에선 상용직근로자만 1.39%포인트 늘었다. 임시직과 일용직은 각각 4.03%포인트, 4.32%포인트 줄었다. 이 교수는 “임시직, 일용직 근로자의 고용 감소를 보면 소득주도성장이 분배에 이로운 효과를 미칠 것이라는 가설도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생산성 하락에 대해 더 크게 우려했다. 노동생산성은 4.38~4.48%포인트 상승했지만, 생산량 증가에 의한 것이 아니라 급격한 근로시간 감소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총요소생산성은 0.05~1.14%포인트 줄었다. 최 교수는 “성장은 생산성과 투자, 고용 등을 모두 투입한 결과인데 총요소생산성, 투자, 고용의 동반 감소는 결국 잠재적 경제성장률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정 이념 갇혀 성장·분배 모두 잃어”

정부가 소득주도성장과 함께 혁신성장도 추진하고 있다고 방어하는 데 대해서도 경제학계의 평가는 부정적이었다. 정부는 ‘두 바퀴론’을 내세워 두 정책이 서로 보완관계라고 주장하지만 경제학계는 오히려 서로 상충돼 부정적 영향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안충영 중앙대 국제대학원 석좌교수(전 동반성장위원장)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이율배반적 내용도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실업자를 늘리고, 소득 양극화를 확대하는 역설적 결과를 낳았다는 게 안 교수의 지적이다. 내수 소비에 초점을 맞춘 소득주도성장이 개방경제에 노출된 우리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오히려 떨어뜨렸다고도 했다.

그는 혁신성장에 대해선 “선언적 의미에 머물고 있다”며 “정부 보조금 위주의 벤처 육성 외에 실체가 없다”고 평가했다. 안 교수는 “정권이 극단적인 균등 분배라는 특정 이념에 계속 갇혀 있으면 성장도 분배도 모두 잃어버릴 것”이라며 “정부 출범 후 나타난 시장 반응을 존중해 실사구시적 정책으로 근본적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책 제언도 이어졌다. 안 교수는 내년 최저임금은 동결하거나 최소한의 인상에 그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 획일적인 주 52시간 근로제 대신 탄력적인 유연근무를 허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학회에선 다른 의견도 일부 제기됐다.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정한 사회와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국가 간 성장률을 비교한 결과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경제 성장이 지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개입과 재분배는 대체로 경제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한국은 불평등이 커지는 상황인 만큼 소득 불평등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