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두 중역의 氣싸움…승패는 주차장 지정석에서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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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글로 출근한다
그레고르 파르마 지음 / 김희상 옮김
세종서적 / 328쪽 / 1만6000원
진화생물학 관점서 바라본 직장생활
과장이 부장 뒤통수를 보는 이유?
직급 높을수록 걷는 속도 빨라져
종잡을 수 없는 상사 '미친 개 전략'
남용하면 자기 편마저 잃을 수도
그레고르 파르마 지음 / 김희상 옮김
세종서적 / 328쪽 / 1만6000원
진화생물학 관점서 바라본 직장생활
과장이 부장 뒤통수를 보는 이유?
직급 높을수록 걷는 속도 빨라져
종잡을 수 없는 상사 '미친 개 전략'
남용하면 자기 편마저 잃을 수도
![GettyImageBank](https://img.hankyung.com/photo/201902/AA.18928273.1.jpg)
![[책마을] 두 중역의 氣싸움…승패는 주차장 지정석에서 갈린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902/AA.18928204.1.jpg)
회사 내 지위의 상징에 대한 부분도 흥미롭다. 외부에서 영입돼 회사에 처음 출근하는 임원이 있다. 그가 같은 직급의 임원과 엘리베이터에서 만난다. 기존 세력과 새로운 권력. 두 임원 중 누구에게 더 힘이 실릴지 몰라 직원들은 눈치만 살핀다. 힘의 우위를 파악하려면 두 사람의 퇴근길을 지켜보면 된다. 회사에서 제공한 두 사람의 차량 중 누구의 차가 출입구에 더 가까운 지정석에 있는지가 답이다. 저자는 “주차 자리는 신분의 상징”이라며 “이런 상징은 다른 직원들에게 자신도 그 위치에 오르고 싶다는 열망을 품게 한다”고 설명한다. 업무용 차량과 휴대폰, 회사 내 자리와 책상도 같은 역할을 한다. 하지만 신분 상징을 위한 투쟁에 너무 많은 힘이 쏠려서도 안 된다. 대기업들이 어떤 직위가 되면 어떤 신분의 상징을 얻게 되는지를 정해두는 이유다.
정글 같은 회사, 종잡을 수 없는 상사의 행태를 이해하는 데도 힌트를 준다. 클럽에서 늦게까지 노는 바람에 다음날 아침 회의에 늦은 김 대리. 이 부장은 술 냄새를 풍기며 옆에 앉은 김 대리에게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며칠 뒤 김 대리가 작성한 보고서의 잘못된 단어 하나를 두고 이 부장은 불같이 화를 냈다. 이 부장의 고성이 층 전체에 울려 퍼질 정도였다. 상대가 경계를 넘었음에도 묵묵히 지켜보다가 별거 아닌 일에 길길이 날뛰며 철저히 짓밟는 것. 진화생물학에서는 이를 ‘미친개 전략’이라고 부른다. 언제 물릴지 몰라 상대의 두려움은 더 커진다. 사소한 일로 꼬투리 잡히지 않으려면 평소 신중하게 처신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폭군과 독재자들이 활용해온 ‘잔혹하지만 효과적인 전략’”이라면서도 “남용하면 자기편마저 잃을 우려가 있다”고 경고한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