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성장은 물론 분배마저 악화시켰다는 경제학계의 실증분석 결과가 공개됐다. 경제학계는 정부가 정책 실패를 받아들여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책으로 근본적 궤도 수정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경제학자 1500여 명이 14일 성균관대에서 연 ‘2019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다.

최인·이윤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신정부 거시경제 성과의 실증 평가’ 발표에서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펼친 뒤 주요 거시지표 성적표가 대부분 하락했다고 밝혔다. 2013년 1분기~2017년 2분기와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본격 시행된 2017년 3분기~2018년 3분기를 비교한 결과다.

연구팀이 기저효과를 제거하고 분석한 결과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시행된 기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0.13%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와 고용 증가율은 각각 5.14%포인트, 0.16%포인트 감소했다. 민간소비는 1.14%포인트 늘었다. 그러나 국내 소비 증가에 따른 것이 아니어서 내수 증진 효과는 없다는 게 연구팀의 지적이다.

연구팀은 소득주도성장 주창자들이 기대한 최저임금 인상→소비 증가→성장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결론 냈다. 최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이 분배에 이로운 효과를 낼 것이라는 가설도 임시직, 일용직 고용 감소에 비춰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경제학계는 정책 기조 전환을 주문했다. 안충영 중앙대 국제대학원 석좌교수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실업자를 늘리고, 분배를 악화시키는 역설적 결과를 낳았다”며 “내년도 최저임금은 동결하거나 최소한의 인상에 그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