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연방통계청은 14일 작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속보치)이 전 분기 대비 0%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 0.1%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독일 경제는 지난해 2분기 0.5%, 3분기 -0.2%의 낮은 GDP 증가율을 이어가고 있다.
가까스로 ‘침체’라는 딱지는 피했지만, 유럽의 성장 엔진으로 꼽히던 과거에 비해 성장 속도가 눈에 띄게 둔화된 모습이다. 한 나라 경제가 두 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경우 경기가 침체된 것으로 분류한다.
독일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5년 만의 최저치인 1.5%로 잠정 집계됐다. 독일 정부는 올해 성장률은 작년보다 더 낮은 1.0%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저성장의 원인으로는 미·중 무역분쟁의 충격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혼란, 독일 연정을 둘러싼 정치적 불안 등이 꼽힌다. 무엇보다 GDP의 47%를 차지하는 수출이 부진해 큰 타격을 줬다. 독일 수출 비중의 59%를 차지하는 유럽연합(EU) 역내 시장과 7%에 달하는 중국 시장이 경기 둔화를 겪고 있어서다. 지난해 11월엔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0.1% 늘어나는 데 그쳤고, 12월엔 4.5% 감소했다. 특히 EU의 새 배기가스 규제로 지난해 3분기 자동차 판매량을 감소시켜 독일 GDP를 0.3%포인트 떨어뜨린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내수가 호조를 보이고 있어 경기 침체로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소비성장률도 지난해 1.0%에서 소폭 상승한 1.3%로 전망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민간 소비가 독일의 낮은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내수의 뒷받침에도 올해 독일 경제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독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1.1%로 0.7%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카스텐 브렌스키 ING 수석이코노미스트는 CNBC에 “독일이 간신히 침체를 벗어났다”면서도 “큰 수출 품목인 자동차산업의 부진, 미·중 무역갈등, 브렉시트, 새로운 산업에 대한 투자 부족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