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일러스트=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뉴욕타임스는 왜 그렇게 켄 그리핀에게 집착할까. 미국 헤지펀드 시타델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켄 그리핀은 최근 뉴욕에 있는 2230㎡(약 675평)짜리 펜트하우스를 2억3800만달러(약 2671억원)에 매입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에 관한 기사를 줄줄이 보도했다. 이 주택은 미국에서 거래된 주택 중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따라서 뉴스 가치는 확실히 있다. 하지만 1700단어에 달하는 기사를 1면에 내야 할 만큼 중요한 일이었을까. 다음날 1000단어짜리 후속 기사를 또 보도해야 했을까. 이에 대한 판단은 진보적 가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레이 레이디(gray lady: 뉴욕타임스의 별명)’는 그리핀 CEO가 100억달러 정도의 재산을 갖고 있으며, 값비싼 예술품을 수집하고, 그밖에 여러 가지 자산을 미국과 다른 나라에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줬다. 그는 너그러운 자선활동가로서 새 주택을 구입하는 데 쓴 돈의 세 배에 달하는 돈을 기부했다고 한다. 이 신문은 그가 재산 대부분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한 억만장자들의 협약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부의 양극화에 불만을 품은)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이 세계적으로 번지는 상황에 귀를 막은 채 돈을 제멋대로 쓴다고 비판했다. 더구나 그리핀 CEO가 구입한 펜트하우스는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이 있던 자리에 지은 것이다.

보아하니 독자들은 뉴욕의 주택난이 그리핀 CEO 같은 사람들 탓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 같다. 중간 소득층을 위한 아파트가 부족한 것이 뉴욕의 엉터리 임대료 규제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또 다른 기사에서 그리핀 CEO를 소득 불평등에 책임이 있는 인색한 억만장자로 묘사하면서 복지정책을 확대하기 위해 세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핀 CEO를 과거 지탄을 많이 받았던 슈퍼 리치들과 비교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465㎡(약 140평) 넓이의 파크 애비뉴 아파트에서 죽을 때까지 살았던 브룩 애스터(미국 부호 빈센트 애스터의 부인), 930㎡(약 280평)가 넘는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서 여섯 명의 자녀를 키운 데이비드 록펠러와 페기 록펠러 부부 등이다.

사실 애스터는 105세의 나이에 웨스트체스터 카운티에 있는 1021㎡(약 309평) 규모의 저택에서 죽었다. 그 근처엔 록펠러가 보유한 1416만㎡(약 428만4600평) 규모의 땅이 있는데, 그에 비하면 애스터의 저택은 초라해 보인다. 그 동네 주민들은 “하느님이 돈이 있었다면 저런 집을 지었을 것”이라고 농담한다.

그리핀 CEO와 다른 부자들이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는 그들 자신이 결정할 일이다. 그러나 좌파는 부자들에게서 더 많은 돈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줘야 한다고 주장해 많은 사람의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자유시장 체제에서 사회의 가장 생산적인 사람들은 그들 자신만이 아니라 모든 사회 구성원의 생활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작용은 자선활동을 통해서만 이뤄지지 않는다.

록펠러 집안은 석유 정제 사업으로 부자가 됐다. 동시에 가난한 사람들이 석유 제품을 쓸 수 있게 됐다. 록펠러가 생산한 석유 제품은 기존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했기 때문이다.

록펠러의 스탠더드오일이 있기 전까지 고래기름과 양초는 부유층만이 사용할 수 있는 사치품이었다. 그 시절 대부분의 사람은 돈을 아끼기 위해 일찍 자야 했다. 버튼 폴섬 힐스데일대 역사학과 교수는 “1870년대 등유 가격이 하락하면서 미국 중산층과 서민들이 시간당 1센트의 비용으로 밤에 불을 밝힐 수 있게 됐다”며 “어두워진 뒤 일하고 독서하는 것이 대다수 미국인의 새로운 활동이 됐다”고 설명했다.

록펠러는 부자가 됐고 미국은 생산성이 높아졌다. 헨리 포드는 자동차산업에서, 샘 월튼은 대형 할인점 월마트에서 그와 비슷한 일을 했다. 빌 게이츠는 자선사업가로서보다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사업가로서 인류를 위해 더 많은 업적을 이뤘다. 부를 창출하는 활동은 자선사업이나 정부의 복지정책이 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큰 폭으로 우리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킨다. 부자를 공격하는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무시한다.

진보주의자들은 부자들의 성공은 가난한 사람들을 희생시킨 대가라고 주장한다. 미국 민주당은 그런 주장을 받아들여 소득 불평등을 2020년 대통령선거의 주요 의제로 내세우려고 한다. 민주당 소속인 빌 드 블라시오 뉴욕시장은 “세상엔 돈이 많지만 단지 엉뚱한 사람의 손에 들어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뉴욕주 연방 하원의원은 소득세 최고세율 70%를 주장하면서 “많은 사람이 공공의료를 이용하지 못해 전염병에 걸리는데도 억만장자가 존재할 수 있는 체제”라고 자본주의를 비판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은 5000만달러(약 560억원) 이상을 가진 가구에 해마다 자산 규모의 2~3%를 부유세로 부과하려 한다.

그리핀 CEO가 미국 남부 지역의 빈곤에 대해 책임이 있지는 않다. 부를 이전하는 정책이 반드시 가난한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민주당이 시도하는 계급 전쟁이 유권자들에게서 어떤 반응을 얻을지는 머지않아 드러날 것이다.

원제:How a Billionaire Spends His Money Is His Own Business

정리=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column of the week] 부자 공격한다고 빈곤문제 해결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