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과 일본의 성장세가 일제히 둔화하는 등 글로벌 경제가 하향조정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중국경기 둔화에 따른 수출감소, 미중 무역협상 난항, 노딜 브렉시트의 불확실성 증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부품 관련 무역확장법 232조 검토보고서 발표 임박 등 대외불안요인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진단이다.
세계경제 하향조정국면 진입…"올해 미·EU·중·일 성장둔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14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공동으로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2019년 G5 경제전망과 대응'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이같이 진단했다.

이일형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글로벌 경제가 근본적으로 구조개혁이 되지 않는 한 기조적으로 하향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위원은 향후 글로벌 경제 하향조정국면 진입 원인으로는 글로벌 소득 재분배에 의한 선순환 기능 약화, 누적된 비효율성에 따른 투자 한계효율 하락, 부가가치 창출 없는 자산확대, 주요국 인구 고령화에 따른 저축 갭 등을 꼽았다.
세계경제 하향조정국면 진입…"올해 미·EU·중·일 성장둔화"
이어진 주제발표에서 KIEP는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전년보다 0.5%포인트 떨어진 2.3%, EU는 0.2%포인트 하락한 1.8%, 중국은 0.3%포인트 낮은 6.3%, 일본은 0.2%포인트 내려간 0.8%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세안은 5.2%로 전년과 같을 것으로 예상됐다.

윤여준 KIEP 미주유럽팀장은 "올해 세제개편에 따른 세수감소와 재정지출 확대로 미국의 재정건전성 악화가 우려된다"면서 미중 통상분쟁 지속, 연방정부의 셧다운 장기화에 따른 경기둔화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이어 EU 역시 수출증가세 둔화와 에너지 수입액 증가로 대외부문의 부진이 이어져 지난해 성장 모멘텀을 이어가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승신 KIEP 중국경제실장은 중국 경제는 지난해부터 실물경기 위축으로 경기가 둔화한 가운데 미중 통상분쟁 장기화로 3분기 이후 투자·소비심리가 빠르게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정성춘 KIEP 선임연구위원은 세계 경제 여건 악화로 일본의 수출증가세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설비투자 또한 전후 최고 수준에 도달해 전환점에 이르렀기 때문에 앞으로 투자가 미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윤아 KIEP 연구위원은 아세안은 올해 대중국 수출이 둔화하고 대외여건 악화에 따른 수출 부진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민간소비와 공공투자가 성장을 이끌어 성장률은 작년 대비 다소 둔화하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경제 하향조정국면 진입…"올해 미·EU·중·일 성장둔화"
이어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글로벌 통상전쟁이 우리 경제와 기업에 끼치는 영향'에 관한 민간연구소 전문가 패널토론에서는 향후 미중 통상전쟁 등 글로벌 통상 위기를 타개해나가기 위한 토론이 이어졌다.

김남훈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미국은 중국에 관세부과 외에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사법 조치 등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지재권에서 시장지배력을 높이려는 중장기노선을 크게 변경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이 최종합의를 이루려면 앞으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광철 롯데미래전략연구소 상무는 미·중 갈등 장기화에 대비해 미국과 협력을 지속하되,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중국과도 전략적으로 협력하는 통상전략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한국이 생산한 중간재를 중국이 수입 및 조립한 다음 미국이 소비하는 3국 간 무역구조를 감안했을 때 미중 무역 전쟁의 장기화는 우리 기업에 최대의 수출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