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심한 날 휴원?…"맞벌이 부모들 애는 누가 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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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효 시 교육 현장 휴원·휴업 권고
"전형적 탁상행정…교육환경 개선·실질적 미세먼지 조치 필요" 지적
"맞벌이 부모 직장은 문을 안 닫는데 아이들 어린이집 문을 닫게 하면 어쩌란 말인가요."
미세먼지가 심한 날 보육·수업 현장에 휴원·휴업이나 단축 운영을 권고할 수 있는 제도가 15일 본격 시행된 가운데 맞벌이 부부들을 중심으로 볼멘소리가 나온다.
아이 건강을 위한다는 점에서는 좋지만, 회사에 발이 묶인 상황에서 자녀를 돌봐줄 거의 유일한 수단이 별다른 대안도 없이 막힌다는 점에서다.
환경부에 따르면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안이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이날부터 시행됐다.
이에 따라 시·도지사는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교의 휴원·휴업 조치 등과 연계해 사업자 등에게 시차 출퇴근, 재택근무, 시간제 근무 등 탄력적 근무 제도를 권고할 수 있다.
그러나 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들 사이에서는 이를 두고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35개월 된 아들을 둔 맞벌이 부부의 남편 구 모(34) 씨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며 "부모들은 직장에 있는데, 아이만 단축 수업을 해서 집에 오면 누가 돌봐야 하나"라고 말했다. 부부가 모두 직장인이라 어린이집 종일반에 아들을 맡기는 구 씨는 "어린이집이 단축 수업을 하면 당장 아들을 돌볼 방법이 없다"며 난색을 드러냈다.
2015년 8월생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는 김 모(34) 씨는 "어차피 권고는 아무 강제력도 없지 않으냐"고 제도의 실효성을 문제 삼으면서 "애가 아파서 연차 쓸 때도 눈치 보이는데 미세먼지가 심하다는 이유로 회사를 쉰다는 게 가능할 것 같은지 당국에 되묻고 싶다"고 따졌다.
그러면서 "미세먼지 예보는 아무리 빨라도 전날 오후에 알 수 있다"며 "휴원은 그보다 더 늦게 결정 날 테고, 이 경우 연차 계획을 당일에 통보해야 하는데 그렇게 '간 큰' 직장인이 몇 명이나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아내와 맞벌이를 하는 직장인 문 모(40) 씨는 "학교 등에서 돌봄은 진행하되 야외활동을 금지하는 게 맞지 않을까"라며 "맞벌이하는 부모들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나온 편의주의적 행정"이라고 꼬집었다.
4살 아들을 키우고 있는 워킹맘 이 모(32) 씨도 "애들만 쉬면 뭐하나.
어른들도 같이 조처를 해야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며 "요즘처럼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 계속된다면 매일 (어린이집이) 휴원을 한다는 것인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가사 부담까지 큰 '워킹맘'들에게는 이번 조치가 경력 단절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한다.
6세 아들에 이어 둘째를 임신했다는 맞벌이 직장인 김 모(33·여) 씨는 "출산하고 나면 돌봄 부담이 더 커질 텐데 직장을 어떻게 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털어놨다.
김 씨는 "휴원하는 날에 맞벌이 부모 중 한 명에게 휴가를 줘서 아이를 돌볼 수 있게 하는 등 보완조치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휴원이나 휴업이 아니라 교육 현장의 환경을 개선하는 게 더 실효적이지 않겠냐는 의견도 많았다.
양천구 목동에서 5살 딸을 키우는 직장인 장 모(34) 씨는 "어린이집만 문을 닫게 하면 어쩌라는 것인가.
부모 직장은 문을 안 닫는데"라며 "사실 등·하원 때 미세먼지에 노출되는 시간은 길어야 20분이다.
그 시간에 철저히 대비하고 그 외 시간에는 학교나 어린이집에서 공기청정기 같은 시설을 잘 갖추고 실내에서 알차게 프로그램을 준비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비슷한 의견을 낸 어린이집 학부모 강 모(31) 씨는 "차라리 어린이집 공기 질을 개선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며 "의료시설에 넣는 성능 좋은 공기청정기를 무상 지원해서 넓은 공간에서 뛰어놀 수 있는 실내 운동공간을 확보하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학부모들은 실효성 없는 대책으로 국가 행정력을 낭비하느니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국가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쌍둥이 딸을 둔 직장인 이 모(40) 씨는 "어떻게 하면 미세먼지의 영향을 덜 받을까 하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라며 "정부가 어떻게 하면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한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전형적 탁상행정…교육환경 개선·실질적 미세먼지 조치 필요" 지적
"맞벌이 부모 직장은 문을 안 닫는데 아이들 어린이집 문을 닫게 하면 어쩌란 말인가요."
미세먼지가 심한 날 보육·수업 현장에 휴원·휴업이나 단축 운영을 권고할 수 있는 제도가 15일 본격 시행된 가운데 맞벌이 부부들을 중심으로 볼멘소리가 나온다.
아이 건강을 위한다는 점에서는 좋지만, 회사에 발이 묶인 상황에서 자녀를 돌봐줄 거의 유일한 수단이 별다른 대안도 없이 막힌다는 점에서다.
환경부에 따르면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안이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이날부터 시행됐다.
이에 따라 시·도지사는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교의 휴원·휴업 조치 등과 연계해 사업자 등에게 시차 출퇴근, 재택근무, 시간제 근무 등 탄력적 근무 제도를 권고할 수 있다.
그러나 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들 사이에서는 이를 두고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35개월 된 아들을 둔 맞벌이 부부의 남편 구 모(34) 씨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며 "부모들은 직장에 있는데, 아이만 단축 수업을 해서 집에 오면 누가 돌봐야 하나"라고 말했다. 부부가 모두 직장인이라 어린이집 종일반에 아들을 맡기는 구 씨는 "어린이집이 단축 수업을 하면 당장 아들을 돌볼 방법이 없다"며 난색을 드러냈다.
2015년 8월생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는 김 모(34) 씨는 "어차피 권고는 아무 강제력도 없지 않으냐"고 제도의 실효성을 문제 삼으면서 "애가 아파서 연차 쓸 때도 눈치 보이는데 미세먼지가 심하다는 이유로 회사를 쉰다는 게 가능할 것 같은지 당국에 되묻고 싶다"고 따졌다.
그러면서 "미세먼지 예보는 아무리 빨라도 전날 오후에 알 수 있다"며 "휴원은 그보다 더 늦게 결정 날 테고, 이 경우 연차 계획을 당일에 통보해야 하는데 그렇게 '간 큰' 직장인이 몇 명이나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아내와 맞벌이를 하는 직장인 문 모(40) 씨는 "학교 등에서 돌봄은 진행하되 야외활동을 금지하는 게 맞지 않을까"라며 "맞벌이하는 부모들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나온 편의주의적 행정"이라고 꼬집었다.
4살 아들을 키우고 있는 워킹맘 이 모(32) 씨도 "애들만 쉬면 뭐하나.
어른들도 같이 조처를 해야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며 "요즘처럼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 계속된다면 매일 (어린이집이) 휴원을 한다는 것인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가사 부담까지 큰 '워킹맘'들에게는 이번 조치가 경력 단절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한다.
6세 아들에 이어 둘째를 임신했다는 맞벌이 직장인 김 모(33·여) 씨는 "출산하고 나면 돌봄 부담이 더 커질 텐데 직장을 어떻게 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털어놨다.
김 씨는 "휴원하는 날에 맞벌이 부모 중 한 명에게 휴가를 줘서 아이를 돌볼 수 있게 하는 등 보완조치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휴원이나 휴업이 아니라 교육 현장의 환경을 개선하는 게 더 실효적이지 않겠냐는 의견도 많았다.
양천구 목동에서 5살 딸을 키우는 직장인 장 모(34) 씨는 "어린이집만 문을 닫게 하면 어쩌라는 것인가.
부모 직장은 문을 안 닫는데"라며 "사실 등·하원 때 미세먼지에 노출되는 시간은 길어야 20분이다.
그 시간에 철저히 대비하고 그 외 시간에는 학교나 어린이집에서 공기청정기 같은 시설을 잘 갖추고 실내에서 알차게 프로그램을 준비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비슷한 의견을 낸 어린이집 학부모 강 모(31) 씨는 "차라리 어린이집 공기 질을 개선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며 "의료시설에 넣는 성능 좋은 공기청정기를 무상 지원해서 넓은 공간에서 뛰어놀 수 있는 실내 운동공간을 확보하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학부모들은 실효성 없는 대책으로 국가 행정력을 낭비하느니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국가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쌍둥이 딸을 둔 직장인 이 모(40) 씨는 "어떻게 하면 미세먼지의 영향을 덜 받을까 하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라며 "정부가 어떻게 하면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한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