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가 수입 자동차를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요소로 판단하면서 한국산 자동차가 표적이 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정부는 “한국은 주요 타깃이 아니다”고 보는 분위기다. 정부 관계자는 15일 “아직 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아 확신하긴 이르다”면서도 “지금까지 동향으로 볼 때 국가별로는 유럽연합(EU), 자동차 중에서는 범용차가 아니라 미래차가 핵심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개정하면서 자동차에서는 미국에 상당한 양보를 했다. 이 때문에 또다시 자동차 부문에서 피해를 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기대도 정부 내에 깔려 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포함한 통상교섭단이 지난달 말부터 열흘가량 미국 정부와 의회 주요 인사를 접촉했을 때도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정부 교섭단은 방미 기간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 윌버 로스 상무장관, 척 그래슬리 상원 재무위원장, 리처드 닐 하원 세입위원장 등을 차례로 면담했다. 김 본부장은 “한국이 미국과는 FTA 개정 협정까지 타결해 다른 나라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미국 정부와 의회 인사들도 공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도 많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움직임이 워낙 예측 불가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 점을 우려하고 있다. 게다가 한·미 사이에는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있다. 2019년도 방위비 분담금은 1조389억원으로 합의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추가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을 올리지 않으면 한국산 자동차에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는 식으로 한국을 압박하면 비록 자동차 고율 관세를 피하더라도 방위비 협상에선 미국에 대폭 양보해야 할 수도 있다.

미국이 EU, 일본과 벌이는 무역협상 결과에 따라 한국에 불똥이 튈지도 모른다. 미국은 EU, 일본과 협상할 때 수입차를 지렛대로 쓸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협상이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수입차 조사 보고서를 공개하고 바로 압박에 들어갈 수 있다. 주요 자동차 수출국인 한국이 덩달아 ‘유탄’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 본부장도 “미국이 보고서 내용을 바로 공개하지 않고 EU, 중국 등 여타 국가와의 무역협상 진행 상황을 살펴가며 조치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한국이 ‘수입차 관세 면제’를 받을 수 있도록 미국 정부를 계속 설득하기로 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조재길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