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경상수지가 8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9월 110억1000만달러에 달했던 경상수지 흑자폭이 매월 가파르게 줄더니 12월에는 48억9000만달러까지 떨어졌다. 반도체 가격 하락이 올 들어 심화될 조짐인 데다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 등이 불거지고 있어 올해 전체 경상수지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출 꺾이자…12월 흑자 8개월 만에 최소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2018년 국제수지 잠정치’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764억1000만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냈다. 외환위기 상황이던 1997년 108억달러의 적자를 냈다가 이듬해 흑자로 돌아선 뒤 21년째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해 경상수지를 분야별로 보면 상품수지는 1118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세계 교역량 증대 등에 힘입어 상품 수출이 7.8% 증가하며 역대 1위(6254억4000만달러) 기록을 세운 데 따른 것이다. 유가 상승 여파로 상품 수입(5135억7000만달러)도 10.0% 증가했다.

반면 서비스수지는 297억4000만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2017년의 367억3000만달러에 이은 역대 2위 규모다. 지난해 상품으로 벌어들인 흑자의 4분의 1 이상을 서비스 부문이 까먹은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2017년 사드 영향으로 중국인 입국자가 감소했다가 작년에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과거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 부문에선 여행수지가 166억5000만달러로 적자 폭이 가장 컸고 가공서비스(75억6000만달러), 운송(43억7000만달러) 순이었다. 이 밖에 투자와 급료 및 임금 등을 의미하는 본원소득수지는 27억8000만달러 흑자, 이전소득수지는 85억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학계에서는 흑자 기조가 올해까지 계속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견해를 보인다. 지난해는 서비스수지 적자가 역대 2위에 달하면서 휘청이는 동안 상품, 특히 반도체 등 소수 품목의 수출에 의존해 흑자를 달성했다. 하지만 연말께 반도체 가격이 하락해 12월 상품수지는 8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줄었다. 상품 수출이 1.4% 줄며 3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한 영향이 컸다.

한은 관계자는 “반도체, 석유제품 등 주력 품목의 단가가 하락했고 대(對)중국 수출도 감소했다”며 “작년 9월엔 영업일수가 적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작년 12월 상품 수출은 사실상 2016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