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자영업·소상공인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가졌던 간담회는 최저임금 정책 방향을 놓고 이견을 확인한 자리였다. 자영업자들이 “다 죽게 생겼다”며 최저임금 동결을 호소한 데 대해 문 대통령은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겠지만, 결국은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신 18조원 규모의 전용상품권 발행, 전통시장 주차장 보급률 100% 확보,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등을 조속히 추진해 사업에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자영업자 공급 과잉’이라는 근본 원인을 놔둔 채 지원과 보호 정책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이런 관점을 갖고 ‘자영업 대란’을 막을 근본 방안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2017년 말 기준 자영업이 국내 고용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4%에 이른다. 미국(6.3%)과 일본(10.4%)에 비해 월등하게 높다. 하지만 10곳 가운데 7곳이 5년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은 가파르게 늘어나 600조원을 넘어섰다.

중·장년층이 자영업에 과도하게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한 근본 대책은 다양한 분야에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그러려면 경직돼 있는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노동 환경이 경직될수록 기업들은 신규 채용을 꺼릴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사무직 보조 등 32개 직종으로 제한돼 있는 파견법 업종 규제만 완화해도 제조분야 중소기업에서 9만여 개의 일자리가 더 생긴다.

파견근로자 비중을 1%포인트만 늘려도 전체 고용이 0.4%포인트 늘어난다는 보고서도 있다. 규제를 푸는 것도 시급하다. 원격의료 허용 등 보건·의료 분야 규제개혁만 이뤄져도 18만~37만 개의 일자리가 나올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일부 강성 노조와 이익집단에 휘둘려 노동개혁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고, 규제 개혁마저 더디다.

한때 ‘병든 나라’로까지 불렸던 일본과 독일이 경제활력을 되찾은 것은 노동시장 유연화와 규제 혁파 등 과감한 정책 전환 때문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이 길이야말로 ‘일자리 르네상스’를 일구고 자영업을 위기에서 건져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