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은 2017년 기준 암종 가운데 발병률은 6.9%로 6위지만 사망률이 국내에서 두 번째로 가장 높은 질환이다. 암 사망자 5명 중 1명이 간암 환자다. 특히 경제활동이 활발한 40~50대에서 간암으로 인한 사망자가 많다. 간암의 1인당 사망손실금(암으로 사망하지 않았을 경우 69세까지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 소득)이 다른 암을 제치고 1위인 이유다.

모든 암이 그렇듯 간암도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 그러나 초기에 암조직을 절제해도 5년 내 재발률이 50~70%로 높고 다른 암보다 5년 생존율이 낮다. 모든 암의 평균 5년 생존율은 70%지만 간암은 30%를 조금 웃돈다. 이 수치도 20년보다 무려 20% 이상 증가한 것이다.

간암 치료 제일 목표는 '생존 기간 늘리기'

간암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생존 기간을 늘리는 것이다. 환자의 간 기능 상태, 다른 장기 이전 여부를 포함한 암의 진행 정도, 환자의 전반적 건강 상태 등에 따라 수술적 치료와 비수술적 치료로 나뉜다.

수술적 치료는 암의 크기가 작고 전이가 없는 초기에 시행한다. 림프절, 폐, 뼈 등 다른 부위로 암이 전이되거나 간절제술, 경동맥화학색전술 등 수술적 치료를 했음에도 암이 악화하면 표적항암제가 사용된다.

간암 환자에 대한 표적항암제의 효과는 국내에서 2008년 간세포암 환자 치료에 승인된 '소라페닙' 임상에서 처음 확인됐다. 1차 표적항암제 소라페닙은 최근 10년 동안 유일한 간세포암 표적항암제로 쓰였다. 전 세계 600여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위약군 대비 생존율이 44% 증가했다.

그럼에도 미충족 수요는 남아 있었다. 소라페닙을 투여해도 암이 발전하거나 내성이 생기는 환자가 있어서다.

레고라페닙 허가로 1·2차 연속 요법 가능해져

2년 전만 해도 소나페닙 외에 대안이 없었던 간세포암 표적항암제 영역에서 새로운 대안이 나타났다. 2017년 7월 '레고라페닙'이 식약처로부터 이전에 소라페닙으로 치료받은 적이 있는 간세포암 환자에 한해 사용 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소라페닙 이후 레고라페닙을 투여하는 연속 요법은 대규모 임상에서 생존율을 높이는 결과를 보였다. 소라페닙을 맞은 경험이 있는 573명의 진행성 간세포암 환자에게 레고라페닙을 사용했더니 위약군 대비 사망 위험율이 37% 감소했다. 이 연속 요법의 효과가 검증돼 현재 간암 표적항암제 중 유일하게 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윤승규 대한간암학회 회장은 "2017년에 등장한 2차 표적항암제로 인해 1·2차 연속 요법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진행성 말기 간암 환자도 2년 이상 생존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