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硏 보고서 "군축 무드로 전망 불투명…일자리 창출효과도 미미"
방위비 증액에도 방산 매출 첫 감소…"민군 R&D 칸막이 없애야"
최근 위기에 빠진 방위산업이 한반도 평화무드에 따른 군축 등 불투명한 미래를 돌파하려면 4차 산업혁명과 수출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국책연구기관이 제언했다.

산업연구원이 17일 발표한 '2020년대를 향한 방위산업 발전 핵심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강한 안보를 위해 방위력 개선비를 계속 증액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0대 방산기업의 매출액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연구원 조사 결과 지난해 10대 방산기업의 매출액은 전년보다 16%, 수출액은 34% 이상 하락했고, 이에 따라 영업이익도 한계에 직면한 상황이다.

방산기업의 매출 감소는 지난 10여년간 산업연구원의 방위산업 통계조사 이래 처음으로, 방산매출액의 85% 이상이 내수 의존적인 국내 방위산업 구조에서 매우 이례적인 사례다.

무기획득과 직결된 방위력 개선비는 지난해와 올해 각각 10.8%, 13.7% 증가했는데도 방산비리 전방위 조사로 내수가 위축되면서 국내 매출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 컸다.

T-50 훈련기 등 항공기와 잠수함 같은 최첨단분야의 수출수주 부진도 매출에 타격을 줬다.

또 국방 분야에 대규모 정부예산이 투입되는데도 국방재정 지출에 의한 국내 일자리 창출 효과도 미미한 수준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한국은 매년 정부예산의 10%를 국방비로 투자하고 있으나 제조업내 방위산업의 고용비중은 1%도 채 안되는 실정이다.

이에 반해 이스라엘과 미국의 정부예산 대비 국방비 비중은 각각 15% 내외인데 제조업 내 방위산업 고용 비중은 각각 14.3%(2014년), 10%(2015년)에 달했다.

보고서는 "선진국들은 방위산업을 국방력 제고 목적에서 더 나아가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핵심 산업으로 활용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방위산업의 무기획득·조달에만 치중해 경제적 측면에서 효과적으로 산업을 육성하지 못했다"고 풀이했다.

개별 무기체계 획득관점에서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관리의 편의성은 높였지만 유사장비의 중복개발에 따른 예산 낭비를 초래하고 규모의 경제를 창출하지 못해 중소기업들을 제대로 키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선진국의 수출 통제가 강화돼 절충 교역을 통한 외국 핵심기술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방위산업 투명성 확보를 이유로 수년간 계속된 감시와 과도한 규제 때문에 해당 공무원은 물론이고 산업 자체가 위축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산업연구원은 이 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우선 국방 연구개발(R&D)에서 민군 간 칸막이를 없애 인공지능(AI)·드론·로봇·3D프린팅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생산비중의 20%에 불과한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 창출을 촉진하기 위해 완제품 중심의 무기체계 개발 방식을 선(先)부품개발-후(後)체계개발 방식으로 전환해 부품국산화율을 높이는 한편 절충교역 비율 개선으로 수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 안영수 방위산업 연구센터장은 "한반도 평화정착에 따라 방위산업이 혁신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방사청의 정책주도적 역할을 위한 정부 내 환경조성도 긴요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