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한국시간) 호주 애들레이드 그레인지GC(파72·6648야드) 18번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ISPS한다호주여자오픈(총상금 130만달러) 최종 라운드에 나선 디펜딩 챔피언 고진영(24)이 2m 남짓한 버디 퍼트를 깃대가 꽂힌 홀에 그대로 밀어 넣었다. 이날 잡아낸 여덟 번째 버디였다. 보기 이상을 한 개도 내주지 않은 ‘퍼펙트’ 골프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선두 넬리 코르다(20·미국)는 흔들리지 않고 경쟁자들의 도전을 하나씩 밀어냈다. 대회의 상징 ‘패트리샤 브리지스 보울’ 트로피는 코르다의 차지가 됐다.


퍼펙트 골프로 피날레 장식한 고진영

고진영은 이날 열린 대회 최종일 4라운드를 8언더파 64타로 마쳤다.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를 적어낸 고진영은 1위 코르다에게 2타 뒤진 단독 2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그는 지난해 이 대회 챔피언이다. 당시 LPGA투어 67년 만의 데뷔전 우승을 기록해 스타로 떠올랐고, 대회 2연패와 LPGA투어 통산 3승을 노렸다. 기회는 다음으로 미뤄졌다.

언니 제시카 코르다
언니 제시카 코르다
샷과 퍼팅에서 실수를 찾아볼 수 없었던 완벽한 경기였다. 고진영은 코르다에게 5타 뒤진 공동 6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했다. 3번홀(파4)에서 첫 버디를 잡아낸 그는 4번홀(파3), 5번홀(파5)에서도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추격의 고삐를 바짝 죄었다. 8번홀(파3)에서 10m에 달하는 긴 버디 퍼트까지 집어넣어 전반에만 4타를 덜어낸 그는 후반에도 버디 행진을 멈추지 않았다. 13번홀(파5), 14번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낸 뒤 16번홀(파4)에서 버디 한 개를 추가했으며 마지막 18번홀(파4)에선 날카로운 아이언샷으로 홀 가까이 공을 붙여 대회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버디 퍼트의 절반이 5~10m 사이의 중장거리 퍼트였다. 드라이버 티샷을 14번 해 11번 페어웨이에 올렸고(정확도 79%), 그린을 18번 공략해 17번 적중시켰다. 98%의 정확도였다. 게다가 1~3라운드에 취약했던 벙커세이브까지 완벽하게 해냈다. 두 번 벙커에 빠졌지만 모두 파로 마무리했다.

코르다 가족의 네 번째 호주 성공 스토리

코르다는 보기 2개를 내주긴 했지만 크게 흔들리는 기색 없이 고진영의 추격을 침착하게 뿌리쳤다. 고진영이 버디를 잡으면 곧바로 버디를 낚아 한 걸음 더 달아났다. 코르다는 버디 7개, 보기 2개로 5언더파를 쳤다. 최종합계 17언더파. 지난해 대만에서 열린 스윙잉스커츠타이완챔피언십 이후 4개월여 만의 통산 2승이다.

특히 코르다는 2012년 이 대회 챔피언인 친언니 제시카 코르다(미국)에 이어 친자매가 나란히 대회 챔피언에 오르는 진기록을 썼다. 언니 제시카는 당시 처음 LPGA 대회로 편입된 이 대회에서 첫 승을 올린 이후 지금까지 5승을 쌓았다. 코르다는 또 가족들이 이룬 ‘호주 챔피언 스토리’를 이어가게 됐다. 아버지 페트로 코르다는 1998년 호주오픈 남자테니스 단식에서 우승했고, 남동생 서배스천 코르다는 지난해 호주오픈 테니스 주니어단식을 제패했다. 4개의 챔피언 타이틀이 모두 호주 내셔널 타이틀이다. 코르다는 우승 직후 “혼자만 타이틀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가족의 전통을 잇게 돼 자랑스럽다”며 울먹였다.

‘슈퍼 루키’로 관심을 집중시킨 ‘핫식스’ 이정은(23)도 데뷔전을 준수하게 치렀다. 8언더파 공동 10위다. 첫날 이븐파, 둘째 날 3언더파, 셋째 날 5언더파를 쳐 상승세를 탔지만 마지막 날 버디 3개, 보기 3개를 맞바꾸며 타수를 덜어내지 못한 게 아쉬웠다. 마지막 날 3타를 줄인 이미향(26)이 이정은과 나란히 공동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