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내내 톱10 진입한 '가성비 골퍼'
지나친 완벽함 추구로 한때 슬럼프
아이스하키 관전 취미 가지며 힐링
안정적인 국내투어 대신 日 '노크'
日 코스 좁아 정교한 샷 필요…기술적 변화대신 멘탈 강화 올인
"매 대회 커트 통과가 최우선 목표…묵묵히 걷다보면 우승 따라올 것"
경쟁 싫어하는 거북이 골프서 승부사로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운수회사를 경영하던 할아버지가 “3대가 같이 골프를 치면 좋을 것 같다”며 골프를 권했다. 수영과 태권도(3단)를 또래보다 1~2년은 빨리 마스터할 만큼 운동 감각이 좋았던 그였다. 엘리트 선수가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빼먹지 않고 레슨을 받았다. 대회 성적까지 좋았던 건 아니었다.
“동기인 장수연, 김지희가 저보다 더 잘나갔죠. 아시안게임 메달도 친구들이 따냈고요. 저도 국가대표가 되긴 했지만 우승보다는 대회를 꾸준히 나가 ‘포인트’를 야금야금 쌓아서 된 거라 운이 좋았다고 봐야 해요.”
그는 골프를 대하는 자세가 조금은 복잡했다고 했다. 골프는 좋았고 승부근성도 있었다. 하지만 경쟁이 싫었고, 주목받고 싶지도 않았다. 양립하기 힘든 마음이 모두 존재했다. 심지어 그는 프로가 된 이후에도 ‘상생’을 먼저 떠올렸다고 했다.
그런 마음을 좀 더 ‘직업정신’에 가깝게 다잡아준 계기가 2015년 9월 한화클래식이었다. 당시 그는 노무라 하루(일본)와 생애 첫 연장전을 벌여 패했다.
“진짜 펑펑 울었어요. 간절히 원해도, 지기 싫어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절절히 깨달았고요.”
그다음에 겪은 연장전에선 지지 않았다. 배선우는 “긴장감을 다루는 법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고 했다.
2016년 생애 첫 승과 메이저 대회 우승 등 2승을 올리며 두각을 나타낸 그는 이듬해 1승도 건지지 못했다. 그는 “버티자는 생각으로 한 시즌을 보낸 것 같다”며 “잘 버텨냈고 어두운 것, 밝은 것 모두 다 받아들여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더 다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그는 2승(메이저 1승 포함)을 추가했고 자신감을 키웠다. 그는 “그 좋은 골프를 왜 스트레스받으며 쳤을까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했다. 후반부터 대회 출전이 재미있어졌다.
일본에서 매 대회 커트 통과 목표
아이스하키가 그의 마음을 두드린 것은 ‘일’에 대한 자세다. “0.1초도 방심하지 않는 집중이 정말 대단해요. 경기는 즐기지만 끝나면 완전히 평정심으로, 일상으로 돌아온다는 점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줬고요.”
팬들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 그 역시 좋아하는 팀과 선수를 가진 팬이 됐기 때문이다. 한때 대인기피증에 걸릴 만큼 누군가가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 자체를 두려워했던 그였다.
올해부터 배선우는 일본 무대에서 주로 뛴다. 지난해 그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퀄리파잉스쿨을 14위로 통과해 올 시즌 출전권을 따냈다. “일본 골프장은 페어웨이가 좁고 굽은 코스가 많아요. 오밀조밀한 게 저와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는 지난해 그린 적중률 4위(79.24%)에 올랐을 만큼 정교한 아이언샷을 자랑한다. 초콜릿을 주는 등 다양한 부상을 주는 대회 문화도 마음에 든단다.
말레이시아에서 전지훈련을 2월까지 마친 뒤 다음달 7일 열리는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토너먼트로 시즌을 시작한다. 그 사이 중점은 체력 강화와 경기흐름 관리다. 기술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흐름을 관리하다가 잘못된 흐름이 생길 때 끊어주고, 좋은 흐름이 만들어지면 살려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매 대회 커트 통과가 목표다. “어떤 일이 일어나든 받아들일 준비는 하고 있어요. 천천히 가야죠. 욕심내지 않고요.”
"어려운 체중 이동, 발 모양 변화로 이해하면 쉽죠"
배선우는 “골프는 축과 회전”이라고 말했다. 구심점은 왼쪽 골반이다. 왼쪽 어깨부터 왼쪽 다리까지 연결된 축을 관장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면 많은 아마추어는 자신의 몸 앞에 센터가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이 축을 중심으로 백스윙과 폴로스루를 할 때 똑같은 원을 그려야 하는데 원리를 모르니 원이 그려지지 않고 힘만 들어가는 겁니다.”
회전이 안 되는 건 우선 스윙 이미지를 ‘막대기로 공을 때리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힘을 적게 들일 수 있는데도 힘을 너무 많이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스윙할 때 실제로 힘을 거의 안 쓴다”며 “하체로 확실히 스윙을 시작한 뒤 채찍을 휘두르듯 회전하는 데 집중한다”고 강조했다.
축이 잘 만들어지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체중 이동이 잘 안 되는 것이다. 그는 프로들이 스윙할 때 양발의 모양 변화를 잘 보라고 권했다.
“백스윙톱에서 보면 오른발은 뒤꿈치 쪽에 체중이 다 실려 있어서 오른발 앞발 끝이 살짝 들려 있고, 반대로 피니시 때는 모든 체중이 왼발 뒤꿈치에 실려 있어 왼발 앞끝이 살짝 들려 있어요. 이런 느낌을 자주 연습해 보면 스윙에서 체중 이동의 메커니즘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