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정보업계가 정부가 채무자를 대리하겠다는 방침에 반발하고 나섰다. 이 제도가 채무자가 빚 상환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전락해 채권추심을 영위하는 신용정보업계가 존폐 위기에 몰릴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4일 서울 성균관대에서 열린 ‘서민금융포럼’에 참석해 “불법 사금융 관련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정부가 피해자의 대리인이 돼 불법 사금융업자를 상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무등록 대부업자 같은 불법 사금융으로 피해를 본 사람을 위해 국선(國選) 대리인을 선임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채무자 대리인으로 직접 나서겠다는 주장에 신용정보업계는 반대 뜻을 분명히 나타냈다. 한 신용정보업체 사장은 “국회에 채무자 대리인 제도를 전 금융권으로 확대하는 법안이 계류된 상황에서 정부가 대리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 셈”이라며 “정부가 채무자 대신 채권자를 직접 상대하겠다는데 어떤 채무자가 빚을 갚겠느냐”고 토로했다. 다른 업체 대표는 “대리인 제도를 불법 사금융으로 제한하더라도 제도권 금융의 채권추심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채무관계라는 사적 계약에 정부가 끼어드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채권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위헌적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채무자 대리인 제도는 무리한 채권추심을 막기 위해 2014년 7월 도입됐다. 현재는 금융감독원 감독 대상으로 등록된 대부업체 500여 곳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된다.

신용정보업체들은 채무자 대리인 제도가 확대되면 합법적인 채권추심업이 완전히 무너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업계를 보면 전체 채권 100건 중 채무자 대리인이 선임되는 것은 1건 미만이다. 선임률은 낮으나 선임만 되면 회수율이 사실상 0%에 가깝다는 게 신용정보업계의 판단이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