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올린 스페인 좌파 총리…궁지 몰리자 돌연 "조기 총선"
사회노동당 소속의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사진)가 오는 4월 28일 조기 총선을 실시하기로 했다. 소수파 정부라는 한계에 부딪혀 국정 운영에 어려움이 커지자 조기 총선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사회당의 하원 의석 수는 전체 350석 중 84석으로 4분의 1도 안 된다. 긴축과 노동개혁 등으로 재정위기에서 회복돼 가던 스페인이 다시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체스 총리는 지난 15일 발표한 대국민 담화에서 “예산안 표류로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것과 국민의 뜻을 물어보는 것 중 후자를 택했다”며 “의회 해산과 4월 28일 총선 실시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정부 예산안이 13일 의회에서 부결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중도좌파 사회당 주도의 연립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은 찬성 158표, 반대 191표로 부결됐다. 당초 정부에 우호적이던 카탈루냐 정당 의원들이 반대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산체스 총리는 집권 이후 우파와 카탈루냐 정당 양쪽으로부터 압박을 받아왔다. 우파는 산체스 총리가 카탈루냐 분리 독립 세력에 우호적이라고 공격해왔다. 카탈루냐 정당들도 최근 스페인 대법원이 지난해 독립공화국 선포를 주도했다가 기소된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전 지도자에 대한 재판을 시작하자 산체스 총리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로써 스페인은 2015년 12월과 2016년 6월에 이어 3년여 만에 세 번째 총선을 치르게 됐다. 지난해 6월 취임한 산체스 총리는 스페인 현대 정치사에서 단명 총리 중 한 명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스페인 경제는 중도좌파 정부의 개혁 후퇴로 혼란이 커지고 있다. 산체스 정부는 올 들어 최저임금을 월 1050유로(약 134만원)로 22.2% 올렸다. 또 법인세율을 올리고 공무원 임금을 인상하기로 했다. 스페인 중앙은행은 최저임금 인상 영향으로 일자리 15만 개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