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등 관계기관, 먹는 물 포기하고 원전냉각수·공업용수용 논의
비싼 생산·공급단가 문제에다 수요처 확보도 걸림돌
2000억짜리 애물단지 바다수돗물, 공업용 공급안도 첩첩산중
수돗물 공급을 두고 5년 동안 논란을 빚은 부산 기장군 해수 담수화 사업이 결국 전량 공업용수로 공급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비싼 생산단가와 수요처 확보 등 해결해야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부산시는 기장 해수 담수화 시설에서 생산된 물을 부산과 울산지역에 공업용수로 공급하는 방안을 놓고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 두산중공업 등과 논의하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이근희 부산 상수도사업본부장은 "해수 담수화 시설에서 생산된 물에 대한 안전성을 과학적으로 검증됐지만, 과학적 근거만으로 시민을 위한 정책을 펼 수 없다"며 "시민 정서적 불안, 심리적 기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생활용수로 쓰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환경부와 수자원공사 등이 통 큰 결단을 통해 이런 논의가 가능하게 됐다"며 "실무 협의를 거쳐 조만간 환경부, 수자원공사, 두산그룹 등과 양해각서를 체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기장 해수 담수화 시설에서 생산된 물 하루 4만5천t 가운데 1만t을 고리원자력발전소 냉각수로, 나머지를 울산 온산공단을 비롯해 원전 주변 지역 산업시설에 공업용수로 공급하는 내용이 양해각서에 포함된다.
2000억짜리 애물단지 바다수돗물, 공업용 공급안도 첩첩산중
두산 측이 현재 가동이 중단된 해수 담수 시설을 재가동해 담수를 생산하면 수자원공사가 광역상수도망을 통해 공업용수를 산업단지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1천억원으로 추산되는 관로 설치비용은 수자원공사가 부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시설비와 추가 관로 비용을 합쳐 3천억원짜리 시설이 오랜 논란 끝에 공업용수로 사용되는 셈이다.

시는 단순 공업용수가 아니라 첨단산업시설 등에 사용하는 '고품질 맞춤형 산업용수'라고 강조했다.

기존 공업용수보다 6∼7배 비싼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의 이런 설명에도 비싼 생산단가와 수요처 확보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현재 온산공단 등에서는 일반 공업용수를 자체 재처리해 t당 1천∼1천100원 정도를 주고 물을 사용하고 있다.

부산지역 공단에서는 물이용부담금을 포함해 t당 313원짜리 공업용수를 쓰고 있다.

해수 담수화 시설에서는 1만t까지 생산원가는 t당 1천130원이다.

하루 4만5천t까지 생산량을 늘리면 t당 1천원 이하로 낮출 수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하지만 운영비용 등을 고려할 때 생산단가를 낮추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여기에다 해수 담수 시설을 가동하는데 드는 비용의 20∼25%를 차지하는 전기료를 낮추는 문제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값싼 심야 전력을 활용해 전기료를 낮출 수는 있지만, 생산량이 늘어나면 야간에만 시설을 가동할 수 없어 전기료 때문에 생산단가가 올라갈 수 있다.

수요처를 확보하는 것도 문제다.

현재 대부분 공단에서 자체 산업용수 처리시설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해수 담수화 시설을 거친 물을 비싼 돈을 주고 구매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2000억짜리 애물단지 바다수돗물, 공업용 공급안도 첩첩산중
시 상수도본부 관계자는 "울산지역 공단에서 사용하는 공업용수가 하루 10만t 정도로 추산하고 있는데 조만간 수요를 파악할 예정"이라며 "전기료 감면 문제도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장 해수 담수화 시설은 2009년부터 국비 823억원, 시비 425억원, 민자 706억원 등 모두 1천954억원을 들여 2014년 완공됐다.

역삼투압 방식 담수화 시설로 세계 최대 규모로, 하루 수돗물 4만5천t을 생산해 5만 가구에 공급할 계획이었다.

고리원전과 11㎞ 떨어진 곳에 있는 기장 해수 담수화 시설은 방사능 오염 논쟁, 시설 소유권 해석, 운영비 갈등 등이 겹치면서 지난해 1월 1일부터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연합뉴스